이은영 < 외국어대 법대 교수 /
여성민우회 고용평등추진본부 공동대표 >

여성고용분야에서 최대의 현안이라면 우선 여성고용할당제를 꼽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성고용할당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된 것이 불과 3년밖에
안되기 때문에 이 할당제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에 관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여성계 안에서도 할당제의 도입을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남성위주의 사회에서 어려운 관문을 뚫고 남성직종에 진출한 우수한
여성들은 할당제 도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할당제 지지자는 "여성에 대한 거부와 장벽이 너무 높아 여성의
능력을 발휘해 보여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여성들의 능력과 리더십
은 다수의 여성이 진출해 있는 곳에서 향상된다"는 주장들을 갖고 할당제
회의파를 설득하려 한다.

할당제도입에 관해서 남성들과 얘기해 보면 그 논리가 조금 달라진다.

많은 남성들은 할당제에 대해 적대감을 나타낸다.

남성들은 "정당하게 경쟁해서 이길 생각은 하지 않고 편하게 취직하려
한다" "능력없는 여성들을 채용하면 생산력이 낮아져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과연 할당제를 도입하는 나라들은 무능한 여성을 채용하여 쓸데
없이 임금을 낭비하고 있는가.

할당제를 도입하면 우리나라는 경제후진국으로 전락하는가.

아니다.

할당제를 도입하는 나라들은 경제선진국들이다.

그들은 우리보다 인력관리 면에서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으며 여성을
커피.카피 심부름이나 시키는 보조노동력으로 처박아 두지 않는다.

남성과 같은 대우를 받는 여성이 같은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학력이나 진취성으로 볼때 남성과 같은 성과를 낼수
있지만 편견에 의해 능력없는 사람으로 취급되고 있을 뿐이다.

할당제는 여성의 능력을 활용하여 기업과 국가의 발전에 박차를 가할수
있는 제도이다.

할당제를 실시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국가가 일정 비율의 할당량을 정해 주고 그것을 실행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는 "할당제 강제"의 방법이 있는가 하면 기업이 자진해서 목표량을
정하여 실시해 나가도록 권장하고 국가가 우수 실천기업에 조세감면등의
혜택을 주는 "할당제 권장"의 방법도 있다.

국가기관 공기업에서는 강제방법을 쓰는 것이 좋고 민간기업에 대해서는
권장방법을 이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