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안성기 고두심 장동건 등 한국을 대표하는 빅모델 3명과
동시에 계약을 맺고 상품군별로 모델을 다르게 쓰는 특화전략을 선보여
화제다.

빅모델 1명과 계약한 뒤 모델료가 아까워 이것저것 겹치기 출연시키던
관행과 달리 "모델이미지=제품이미지"를 확실하게 구축하기위한 새로운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휴대폰 등 30대이상의 비즈니스맨을 타깃으로
한 상품광고엔 남성층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영화배우
안성기를, 세탁기 냉장고 등 주부가 구매를 결정하는 제품엔 드라마
"전원일기""목욕탕집 남자들"을 통해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굳혀온
고두심을 모델로 각각 등장시켰다.

컴퓨터와 오디오 등 젊은층이 대상인 제품광고엔 최근 미니시리즈
"아이싱"을 통해 신세대의 우상으로 떠오른 장동건을 기용했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모델특화전략을 도입한 것은 모델의 이미지를
최대한 제품과 연결시키기위한 것이다.

모델과 제품의 이미지가 어울리는지에 대한 검증없이 무조건 인기모델만을
선호했던 타성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도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대형 광고모델과 계약하면 자사가 생산하는 거의 모든
제품광고에 출연시키는게 일반적인 관계였다.

최첨단 컴퓨터가 가진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과시하다가 갑자기 청소기를
돌리는 가정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식이다.

제품이 가진 독특한 이미지를 구축하기 보다 모델의 유명세에만 의존해
왔다고 볼수 있다.

특히 6개월단위로 계약이 이뤄지는 단발성 광고모델의 경우 겹치기
출연이 많아 제품의 이미지를 흐려놓는다는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임광주 삼성전자 광고디자인팀장은 "본사가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을
한 명의 모델이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인데다 모델의 캐릭터도 살릴 수
없다"며 "제품군별로 모델을 다르게 쓰는 다모델전략은 당장은 비용부담이
큰 것 같으나 장기적인 브랜드이미지가 구축되고 광고의 호감도를 높일 수
있어 오히려 효율적인 모델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기 등 3명의 모델은 소비자설문조사를 통해 선발됐다.

이들은 모두 1년 전속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는 소비자 반응에 따라 이들과 장기출연계약을 맺고 회사를
상징하는 모델로 부각시켜갈 계획이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