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에게는 자신을 외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소품이 별로 없다.

개인휴대용품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손목시계이지만 정확성만으로
시계의 차별화성을 꾀할 수없다.

무언가 특별해야 시계를 통해 자신의 분위기를 나타낼수 있다.

삼성시계의 "롤라이" 브랜드는 처음부터 국내시계수준을 뛰어넘어
세계명품을 지향한 글로벌제품이다.

"롤라이"의 브랜드는 독일, 시계 제조기술및 디자인은 스위스, 보석가공
기술은 이탈리아 등지에서 각각 받아들였다.

부품가공에서 제품조립에 이르기까지 전제조과정은 스위스에서 이루어졌다.

물론 이 모든 글로벌화작업의 기획.진행자는 삼성시계다.

한마디로 롤라이는 세계적인 명품을 생산하기위해 삼성의 주도로 이루어진
글로벌화된 상품의 표본이라고 할수있다.

우선 "롤라이" 브랜드를 보자.

롤라이는 삼성시계가 만들어낸 이름이 아니다.

원래 롤라이는 전문가들사이에서는 알아주는 카메라명품 브랜드다.

삼성은 94년에 이 회사를 통째로 인수했다.

그리고 이 브랜드를 시계에 접목시켰다.

카메라와 시계의 브랜드통합으로 시너지효과를 노린 것이다.

최고급시계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유럽시장에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때 롤라이가 가진 기존의 명품이미지가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계가공기술은 예나 지금이나 스위스가 최고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삼성은 지난해 스위스의 시계가공회사인 피케레사를 인수했다.

이 회사는 세계적인 명품 가운데 하나인 오메가시계를 가공한
케이스가공 전문회사다.

중저가가 아닌 최고급 시장에서 세계명품들과 경쟁해 나가기에 국내
가공기술로는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판단에 따른 인수조치였다.

시계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산업에서 우리나라가 가장 취약한 부문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다.

삼성은 이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스위스현지의 시계디자이너와 기술고문을
영입했다.

대표적인 사람이 알랜씨로 이 사람은 오메가의 한 시리즈제품들을 디자인한
경력을 갖고 있으면서 스위스내에서도 일류 시계디자이너로 인정받고 있다.

그 결과 롤라이의 디자인은 유리에서부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유리커버부분을 전부 볼록렌즈로 대체했다.

카메라 롤라이의 렌즈부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시계 디자인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이 볼록렌즈디자인은 고가시계다운 중후함과 시원함을 동시에 주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롤라이는 당초부터 국내시장은 물론 시계시장을 무대로 개발된 제품이다.

삼성도 롤라이개발의 큰 의의중 하나로 국내 시계개발 30년사에 세계적인
브랜드를 하나 확보한데 있다고 설명할 정도다.

삼성은 기존의 국내제품들과는 한차원 높은 이 제품으로 우선 국내시장을
석권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그 다음에는 유럽 미국 아시아지역의 고급시계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은 롤라이의 국내시장 유통망부터 엄격하게 선정했다.

무조건 팔고보자는 식이 아니라 각종 서비스능력과 고급시계를 판매할
자격을 갖춘 소매점포에만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제조회사만큼의 각별한 관심과 정성이 있어야 고객에게 최종 감동을
줄수있다는 판단이다.

현재 전국 시계점포 2만여 곳 가운데 2%에 불과한 400개점에서만 롤라이를
취급하고 있다.

앞으로도 제품의 품격유지를 위해 전문 취급점을 모두 500개이내로
제한할 방침이다.

롤라이는 크게 3가지 장르로 구성돼있다.

주력은 "인터내셔널 라인"으로 4가지모델에 130만~300만원수준의
최고급제품이다.

금및 보석으로 꾸며져 있다.

16가지의 다양한 모델을 가진 "베로나"시리즈는 51만~120만원대로 역시
금및 보석으로 치장돼 있다.

"디아모"시리즈는 4가지 모델로 돼 있으며 67만~75만원수준의 가격대다.

세라믹과 텅스텐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다.

삼성은 롤라이브랜드를 이탈리아 세계 명품시계 경연대회 등 각종 유명
시계전시회에 출전시켜 세계적인 브랜드로 정착시킬 계획이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