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미국이 국제사회의 날카로운 비난에
직면해 있다.

아랍국들은 물론 영국을 제외한 서방국가들조차도 빌 클린턴 미대통령의
전격적이고 명분이 결여된 군사행동에 냉담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과거 걸프전 당시와 같은 서방의 일치된 결속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4일 2차 미사일 공격 이후 국제 사회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이번 군사 작전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아직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에 반대하는 연합 세력이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랑스 정부의 성명은 클린턴의 이같은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임을
시사해 주고 있다.

알랭 라마수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번 미국의 공격이 지난 91년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 프랑스가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유럽연합(EU)은 미국의 대이라크 군사행동에 대한 공동성명 발표를
연기함으로써 유럽 국가들내에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차이가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의 미국 비난은 과거 냉전시대의 수사법을 무색케 하고 있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세계 유일세력을 꿈꾸는 미국이
다른 나라에 자신의논리를 강요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프리마코프 장관은 영국이 유엔에 제의한 대이라크 비난 성명에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하고 모든 유엔 결의안은 보편성을 가져야 하며 따라서
결의안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비난하고 즉각 정치적인 해결로의 전환을
촉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5일 이미 두차례에 걸친 회의를 가진 UN안전보장이사회는 영국이
제안한 이라크 비난결의안에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적대적인 리비아, 이란, 시리아등은 물론, 중도적인 이집트
요르단등도 미국을 일제히 비난하고 있다.

다만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입장표명을 유보하고 있으나 사우디 역시 이라크
를 공격하기 위한 사우디의 미공군기지 사용을 거부하고 있어 결코 미국의
군사행동을 지지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대부분의 아랍국들은 미국의 군사행동은 후세인을 제거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다만 이라크 국민들의 고통만 더해줄 뿐이라고 보고
있다.

이집트 관영 알 아흐람지는 4일 미국이 터키와 이란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지역을 침공했을 경우에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다가 유독 이라크의
경우에만 문제를 삼은 것은 자의적인 사태해석이며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이집트 신문은 현대국제정치에서 미국이 거대한 무법자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미국은 이라크에 대해서는 군사행동으로 유엔결의 이행을
신속하게 요구하고 있는 반면 평화의 대가로 점령지에서 철수하라는
이스라엘에 대한 유엔결의는 아무리 오래 지연되고 있어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