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가 국영방송과 유엔등을 통해 미사일 공격의 참상을 국제사회에
본격적으로 호소하고 나섰다.

미국의 공격이후 피해상황과 비난성명만을 되도록 짤막하게 내보내던
그동안의 이라크 대응자세와는 다른 측면을 보여주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 국영방송은 미국이 이라크 현지시간으로 3일 오후8시45분께
바그다드시내에도 미사일을 퍼부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총사령부의 성명을 인용한 이 국영방송보도는 민간인 거주지역에도
미사일이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민간인 거주지역의 도로상에 난 폭탄구멍을 보여주면서 빌
클린턴을 전범이라고 비난했다.

이와관련 바그다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시내에서 큰 폭발음과 방공포
소리를 듣기는 했으나 바그다드 시민들은 이 폭음의 소재와 원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전했다.

미국측에서는 바그다드 공격을 즉각 부인했다.

국방부관계자는 바그다드시를 공격하는 작전을 수행한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클린턴 대통령도 "우리가 취한 행동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 이라크가 주장하는 미국의 바그다드 공격설의 진위여부가 국제사회
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또 이라크 국영 INA통신은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공군부대를 방문해
군장성을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영공을 침범하는 비행기는 모두 격추시킬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이와함께 이라크는 3일 유엔차원에서 미국의 공격을 비난해야 한다는
내용의 외무장관 발신의 공식 항의문을 유엔사무국에 전달하는등 미국에
대한 비난전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중동전문가들은 이라크의 태도변화에 대해 국제사회가 미국을 비난하는
분위기를 이라크측에 십분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바그다드 시내의 폭격흔적까지 방송에
내보내는 것을 두고 고도의 심리전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 양홍모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