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은 성적순이 아니다.

당락을 좌우하는 것은 면접이다.

면접은 더이상 통과의례가 아니다"

몇년전만 해도 면접은 합격여부에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하던 의례적인
관문에 불과했다.

대부분 기업들은 특별한 하자가 없는한 필기시험이나 서류전형 성적순으로
커트라인을 그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기업들이 전형방법을 크게 변경하면서 면접은 입사시험의
"처음과 끝"이라고 얘기할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면접이야 말로 잠재력 지도력 적응력 발전성 등 인품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필기시험이나 서류전형으로 기초적인 실력을 확인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만으로는 그 사람의 자질을 평가하기 어려운 만큼 면접비중을
계속 높여가고 있다.

특히 계열사별 채용이나 상시채용 등이 확산되면서 면접 비중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과거 개발시대에는 회사의 방침과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는 정형화된
사람이면 됐다.

개개인의 특성을 세세히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는 얘기다.

"성적이 우수하고 품행이 단정한" 사람이면 족했기 때문에 면접도 대부분
형식에 그쳤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중후장대 산업보다는 개인의 창의를 요구하는 소프트산업이 급부상
하고 있는데다 세계화 국제화로 사업장이 넓어져 필요한 인재의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

기업들이 성적보다는 면접에 무게를 두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무슨 사업을 어디서 전개하느냐에 따라 "인재"의 기준이 달라지는만큼
면접의 포인트도 그룹별 회사별로 다양하다.

신세대를 상대하는 기업에서는 "튀는 사람"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반면
보수성이 강한 소재생산업체에선 여전히 독불장군보다는 인화와 단결을
중시한다.

면접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방법도 다양해지고 까다로워지는 추세다.

종전에는 개별면접이나 집단면접으로 1회만 실시하던 것을 최근에는
2~3회까지 실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을 뿐 아니라 하나의 주제를 놓고
응시자들끼리 토론을 벌이는 "집단토의식 면접"이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다.

면접시간도 종전 5분정도 걸리던 것이 1시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으며
종일을 요구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1차면접에서 실무자가 면접관으로 나와 1대1 면접을 한다.

이때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블라인드면접을 20분간 진행하고 2차면접은
임원면접으로 진행한다.

삼성그룹은 2차면접에서 4~6가지 주제를 제시하고 이 가운데 한가지
주제를 선택해 자기 의견을 발표케 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갖는다.

LG그룹도 계열사별 특성에 따라 집단토의식 면접을 갖고 동부는 외국인과
직접 면접을 실시한다.

세차례 면접을 실시하는 한솔은 1차 사장단 면접에 이어 2차 자기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갖는다.

3차에서는 4시간에 걸쳐 자아탐구를 진행한다.

이랜드는 1, 2차에 걸쳐 장장 3시간동안 면접을 실시한다.

대림 효성 한라그룹 등은 1, 2차 면접을 모두 집단면접으로 치른다.

면접관들이 면접 대상자에 관련된 아무런 자료를 갖지 않은채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는 무자료면접이나 과장 대리등 실무자들로 면접관을
구성하는 사원면접관제도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도 새로운
경향이다.

보다 응시자에 대해 깊숙이 파악하기 위해 면접장소가 회의실이나
회사강당에서 탈피해 야외공원 노래방 간이주점 등으로 넓혀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응시생들은 아무리 다양하고 이색적인 방법이 동원된다해도
"응시자의 성품과 인간됨됨이를 본다"는 면접의 기본적인 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따라서 오버액션을 하지말고 자신의 도전정신 협조성 적응력 등을 있는
그대로 진솔하게 보여주는게 면접의 비결이다.

< 김정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