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봉 100만원에 사원들에겐 생명보험까지 가입해 줍니다"

올초 중소기업 채용박람회에 참가했던 모 중소기업이 내건 채용조건이다.

이 회사는 점심은 물론 콘도사용권 제공, 통근버스 운영등 다양한 복리
후생 조건들을 제시했다.

대졸 사원 초봉이 80만원 정도인 대기업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천안에 소재한 반도체 검사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은 대졸초임이 월 80만원
수준이다.

과장급 이상에겐 차량유지비를 별도로 준다.

장외등록법인인 이 회사의 주식은 현재 주당 20만원대의 고가를 형성하고
있다.

상장만 되면 우리사주를 통해 종업원들에게 막대한 시세차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더구나 매년 100% 이상의 고성장을 통해 지난 92년 3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올해 450억원을 바라볼 만큼 커졌다.

4년만에 15배 성장한 셈이다.

컴퓨터 수치제어 컨트롤러를 만드는 터보테크는 종업원이 150명에 불과
하지만 이공계 박사출신이 8명에 이른다.

종업원에 대한 복지 수준 역시 웬만한 대기업과 겨뤄 뒤지지 않는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전원공급장치 메이커인 동아전기는 상위권 대기업
수준의 급여에 연간 1,000%의 보너스를 지급한다.

주택지원은 물론 회사내에 노래방 시설까지 설치할 정도로 사원들에 대한
대우가 좋기로 소문나 있다.

초음파의료장비 전문업체인 메디슨이나 첨단 커넥터 제조업체인
한국단자공업도 우수인력이 몰려 있는 중소기업.

당연히 종업원들에 대한 급여나 복지도 대기업 이상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이라도 실속있는 알짜 기업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는 것은 취업희망자들이
"우선 대기업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중소기업진흥공단 인력지원실은 "요즘 유망한 중소기업의 급여나 복지수준
은 웬만한 대기업들을 빰치는 수준"이라며 "개인의 발전 가능성이나 전망
측면에서도 중소기업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고 충고한다.

단 문제는 직업의 불안정성.

중소기업이니 만큼 어딘지 모르게 불안하다는 것이 취업 희망자들을 주저
하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는 취업하고자 하는 기업의 기술력이나 사업내용 등을
자세히 알아보면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소기업 하면 으레 대기업의 하청기업이나 노동집약적
업종만을 영위하는 것으로 인식돼 온게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산업 전체적으로 인건비 따먹기 식의
노동집약적 기업들의 숫자는 줄어들고 점차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세를 불리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튼튼한 기술력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또 가벼운 조직인 만큼 새로운 유망사업에도 쉽게 진출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예컨대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회사들이나 멀티미디어 전문업체들은 탄탄한
기술과 정보력을 바탕으로 대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거래하는 정도까지
발전했다.

확실한 기술만 있으며 판로확보나 자금조달에도 큰 문제가 없다.

더구나 취업을 희망하는 개인으로서도 자기계발의 기회가 대기업보다 많다.

조직이 크면 조직의 부속품으로 전략할 수 있는 위험이 있는 반면 작은
조직에서는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 업무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

이는 곧 개인의 자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꿈과 비전을 살릴 수 있는 유망한 중소기업을 찾아보는 것은 가장
실속있는 취업전략이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