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표 <중소기업청 섬유공업과장>

우리나라 섬유산업은 60~70년대 수출을 주도, 국가경제에 크게
기여했으나 근래에는 후발개도국의 저가공세에 밀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외국제품 수입이 급증하고 라이선스도입도 경쟁적으로 이뤄져
경제적 부담이 큰것은 물론 과열경쟁으로 인한 국가이미지 실추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국민소득 증가에 걸맞는 우리고유의 패션문화를
만들지 못하고 제품의 고급화와 고부가가치화에 소홀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 수출의 18%를 점유하고 최대의 고용효과를 갖는 산업인
의류부문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첫째요건은 의류제품의 패션화라고
본다.

패션은 감성적이며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을
가장 잘 이용한 산업이다.

그러므로 소득수준이 향상될수록 패션에 대한 욕구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또한 요즘 사회는 "소프트한 것" "새로운 것"에 높은 가치를 둔다.

젊은계층일수록 보다 멋있고 개성있으며 디자인에 비중을 둔 제품을
선호하는 것을 보면 패션의 장래는 무한히 밝다고 할수 있다.

20~30년전 일부 부유층의 사치와 낭비로만 여기던 패션이 생활의
필수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 국민의 복식문화 향상은 물론 의류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패션산업의 발전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 패션산업의 기반구축이 필요하다.

패션산업에 필요한 상설전시장및 패션쇼장이 마련돼야 한다.

이런 기반시설은 우리의 현실을 감안할 때 공공투자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

둘째, 유통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다.

백화점 위주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재래시장을 체계화시킨
도매점형태의 매장을 구축해 중소기업의 유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해야할 것이다.

세째, 국제적 규모의 패션전시회 개최가 필요하다.

우리 패션산업을 일으키려면 고급품이라는 인식을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수익이 있다고 해서 저가품판매에만 매달리면 10~20년후에는
현 패션선진국과의 격차가 훨씬 더 커질 것이다.

이런 사태를 방지하려면 국제규모의 패션전시회와 컬렉션을 개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패션컬렉션은 계약과 거래라는 가시적 효과와 함께 최신정보습득및
한국패션 이미지제고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까지 내줄 것이다.

넷째, 패션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

패션산업은 소프트웨어산업이다.

이는 곧 종사자의 능력이 가장 중요한 성패요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패션관련 전문가는 대학.전문대학의 의상.의류학과와 전문학원에서
매년 1만여명이 배출되고 있으나 대부분 이론교육과 디자이너로의 취업에만
치우쳐 다른 분야의 인력은 전문성에서 뒤지는 형편이다.

그러나 옷을 만드는 것은 디자이너만의 노력으로 되지 않는다.

패션업의 직업에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머천다이저(MD) 컬러리스트
코디네이터 패터너 재단사 봉재사 패션영업 매장관리자 바이어 패션디렉터등
수없이 많다.

따라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분야별 패션전문가의 체계적 양성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 차원에서 추진돼야 한다.

패션산업은 이미지산업이다.

이 분야의 성장은 국부의 증대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적 인상까지
향상시킨다.

그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이미지 제고방안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패션제품을 제값받고 팔수 있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나라, "패션으로
기억되는 나라 한국"을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세대 패션종사자와
관계기관에 달려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