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랑딸랑"

어두운 파라호의 밤공기를 경쾌한 방울 소리가 적막을 깨뜨린다.

팽팽해지는 낚싯줄, 모두들 모여들고 부산해진다.

"두자 짜리는 되겠다"

"뜰채 준비해"

"야, 조심해"

항상 놓친 고기가 크다고 했던가.

그놈의 잉어는 커다란 눈으로 우리에게 인사만 하곤 사라졌다.

오선회 지금은 LG전자로 합병된 금성통신(주)연구소의 소문난 낚시꾼
다섯이 자주 어울리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모임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임은 정확히 발족한 날짜도 없고 회칙도 없다.


형님 역할을 하는 유 창원씨가 자연스럽게 회장이 되고 이제까지
장기 집권 중이다.

20년 동안 전전자 교환기 개발에 청춘을 바친 이 승우씨, 법이 필요
없는 인격자로 우리 오선회의 귀감이다.

막내가 총무를 맡고 있다.

LG전자에 근무하는 김용운씨, 항상 굳은 일을 도맡아 해 오고 있다.

요즘은 만학에 열중이다.

잉어 대신 박사 학위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다.

남보다 술도 더 마시고 잡기에도 밝지만 자기 분야에서는 항상 일등을
고집 하는 집념과 끈기의 국보급(?)수재 이정율씨.

일상에 안주하려는 회원에게는 수시로 신선한 자극을 주는 회초리 역을
한다.

필자는 아직도 낚싯줄을 맬 줄도 모르고 떡밥을 갤 줄도 모르는 엉터리
낚시꾼이다.

그래서 항상 취사는 필자의 몫이다.

우리 모임이 올해로 벌써 10년째든가,강산이 한번 변할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생활이 더 바바진 탓인지 이젠 낚시터를 거의 찾지 못한다.

해마다 다섯 가족이 함께 하던 여름휴가도 올해로 두 번째나 거르게
되었다.

그러나 가끔씩 모이지만 함께 하기만 하면 항상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는 이 모임에서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항상 선하게 살며, 부모님께 효도하고 가족과
화목하게 지낼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다.

그래도 나는 우리 모임이 소중하고 우리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