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에서 현재의 경제난국이 금융실명제의 일부 부작용에서도 상당
부분 기인한다는 전제하에 보완책이 마련될 것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중장기 무기명채권의 발행을 허용할 것이라든가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시기를 조정할 것이라는 것등이 설의 부분적인 내용이다.

이같은 내용은 그러나 실명제시행 초기단계에서 검토되다 이제는 완전히
폐기된 안에 불과하다.

관심의 촛점은 일반이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대책이 나올수도 있지
않겠느냐에 쏠리고 있다.

아직까지 보완방안마련을 위한 당정책위등의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지만 정책위의 핵심관계자들은 금융실명제의 취지를 훼손하거나 실명제의
틀을 깨는 그 어떤 보완방안도 있을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같은 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것은 당쪽에서는 날로 심각해져
가는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
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일각에서는 "하나마나한 실명제보다는 실물경제를 살리는 것이
국가적 차원에서 더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상당수의 당내 실물경제통 의원들은 "금융실명제 실시는 문민정부의 상징적
개혁조치의 하나로 받아들여질뿐 실질적으로 정착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실명거래나 과표의 양성화에는 거의 실패했고 다만 은행등의 금융거래에만
실명거래가 의무화됐을뿐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이들은 1백만명이 넘는 과세특례자들이나 수많은 사채업자들의
자금은 양성화되지 못한채 금융자산보유자에 대해서만 중과세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 금융자산보유자들이 우리사회의 과소비를 부채질 하고 있고
일반 근로자들의 서민들의 소비성향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는 것이다.

저축률의 하락도 결과적으로는 금융실명제의 한 부작용이라는 것이다.

뿐만아니라 금융소득에 대한 종합과세로 일부 단기사채업자등의 지하자금
양성화에도 큰 장애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신한국당내에서는 뭔가는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일례로 정부가 저축증대를 위해 금융소득 종합과세원칙을 어기면서까지
현재 가구당 1백만원까지의 비과세가계장기저축을 신설한 것과 같은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상득정책위의장은 6일 그러나 "비과세저축을 허용한것 자체도 실명제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어렵게 결정했는데 더 이상 실명제를
유명무실하게 하는 대책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의장은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연기설등과 관련, "일각에서 제도권 자금의
이탈을 우려하고 있는데 이탈할 것은 이미 지난 연말에 다 빠져 나갔다"면서
종합과세는 예정대로 시행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의장은 "과소비가 늘고 저축률이 떨어진 것은 금융실명제에도 기인하지만
지난 3년간 경기가 좋았고 사회적 흐름이 그랬던데 더 큰 원인이 있다"며
"모든 것을 실명제에 돌릴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의장은 "우리나라 총가구의 0.3%정도에 불과한 4천만원이상의 금융
소득자가 과소비를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면서 "1년간 해외에 나가는 약
4백50만명이 각자 1백달러씩 절약하면 4억5천만달러의 소비가 줄어든다"며
제도적인 면보다는 국민적 절약풍조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의장은 다만 금융실명제보완문제와는 별도로 사채자금의 양성화를 유도
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이 마련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대금업의 양성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는 영세업자들이 마을
금고나 신용금고등을 통해 단기성 급전을 쓸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제도는 장기적으로는 현재 신문지상에 광고를 내면서 성업중인
사채업자들의 지하자금을 양성화시킬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