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의 건강악화설이 사실로 드러남에 따라 세계의
이목이 다시 러시아정국에 모아지고 있다.

옐친 대통령은 5일 리아-노보스티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크렘린 지도자들의
오랜 금리를 깨고 자신의 심장질환을 시인한뒤 이달말 심장수술을 받을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그는 "소극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는데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아예 수술을
받고 완전회복하는 쪽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크렘린궁 관측통들은 옐친의 집무능력에 회의적인 진단을 하고 있다.

이미 두차례 심장발작을 일으켜 입원한 경력이 있는데다 이번 수술의 경우
최소 1개월의 입원과 2개월의 회복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수술후에도
오랫동안 정상업무에 복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옐친의 병력을 주의깊게 관찰해온 프랑스의 전문의들은 "그가 심장판막교체
수술을 받아야 하고 이 경우 수술도중 심근작동을 일시적으로 중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옐친 대통령의 심장수술은 러시아의 권력공백과 이에따른 정치불안
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만약 옐친대통령이 직무수행능력을 완전히 상실할 경우 대권을 누가
승계할 것인지, 또 권력승계는 어떤 절차로 이뤄질지 등에 대해 벌써부터
관측이 무성하다.

현행 헌법으로 보면 대통령 유고시 대권승계 1순위 후보는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

그러나 총리직은 임시대행권만 주어질 뿐이고 옐친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직
을 물러나면 반드시 3개월이내 재선을 실시해야 한다.

러시아 경제개혁의 기수인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비서실장도 대권승계
후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그는 모든 대통령령에 대한 최종심사권한을 쥐고 있고 신흥기업가들을
중심으로 러시아 지배층내 든든한 지원세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권후보로 지목되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나 지난 6월 대통령선거이후 러시아 지도부내 권력구도 변화를 보면
알렉산드르 레베드 국가안보위원회위원장의 대권승계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그는 체첸분쟁종식을 위한 평화협상을 성공적으로 타결짓고 곧 모스크바로
돌아올 예정이다.

옐친의 심장수술 발표가 나온뒤 곧바로 러시아공동체회의 민주당 "명예와
조국" 등 3개 중소정당들이 레베드를 당수로 추대한뒤 "진실과 질서"라는
새정당을 발족키로 한 것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이들은 3당 합당의 이유에 대해 "대통령선거를 새로 실시해야될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박순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