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원작품전이 13~22일 서울중구태평로1가 조선일보미술관(724-6328)에서
열린다.

월간"미술시대"선정 제5회 한국미술작가상 수상기념전.

출품작은 인간의 내면적 사유와 생의 존재가치,허무의식등을 특유의
강렬한 터치로 화폭에 담아낸 "허수아비"시리즈 40여점.

지난 83년 세번째 개인전이후 줄기차게 허수아비의 세계를 탐구해온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더욱 침잠된 조형언어를 사용, 허수아비로 의인화된
인간들의 사유와 삶의 궤적을 추적하는 대작들을 내놓았다.

작가가 그리는 허수아비는 소재로서의 단순한 사물이 아니다.

어린시절 만추의 들판에 홀로 외롭게 서있는 허수아비를 보고 알수 없는
생의 허전함을 느꼈던 기억을 되살려 여기에 복합적인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때로는 우스꽝스럽게, 혹은 천진난만한 모습의 허수아비를 통해
풍자와 냉소, 허탈감을 표출했던 초기작과는 달리 근작들은 붓질이
빨라지면서 허수아비의 형상이 점차 해체되기 시작했다.

모습이 소멸되면서 격렬하게 움직이는 붓질의 운동감속에 새로운
형태로 태어나는 허수아비의 모습을 통해 그는 어디론가 자유롭게
비상하고 싶은 원초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근작들은 비구상적 성격이 강한 가운데 면이나 선이 아닌
소용돌이와 환영의 물결을 이루며 독특한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이 특징.

미술평론가 박용숙씨는 "해체된 허수아비의 모습에서 절망과 허무,
때로는 신들린 몸짓같은 독특한 느낌을 받는다"며 "현대적인 주술성의
세계를 독특한 이미지로 창출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백창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