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관계자들이 걱정했던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의 벡텔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설회사들이 국내 건설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건설업면허를 신청한 것이다.

내년 1월부터 정부조달 건설시장이 개방되는 것을 시작으로 98년에는
민간 건설시장까지 개방되는 것은 이미 예정된 일이다.

그런데도 우리 건설업체들은 외국의 대형 건설회사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경쟁력을 키울 변변한 노력도 하지 못한 채 성큼 개방을 맞게
되었다.

이에 따라 자칫하면 수익성이 높고 부가가치가 큰 알짜 공사들을 외국
건설회사들에 몽땅 뺏길까봐 걱정된다.

특히 내년에는 사회간접자본 시설공사가 훨씬 더 활발히 진행될텐데
기술수준 차이가 클 뿐만아니라 자금조달능력이나 금융조건에서도 국내
건설업체가 불리한 형편이다.

뒤늦게나마 건설교통부는 도급한도제 폐지, 면허제도개혁, 십장들에 대한
하도급양성화, 부실공사 관련업체대표자의 처벌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건설산업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보호장치 철폐를 달가워 하지 않는 중소건설업체, 고유업역상실에
반발하는 전기 통신 설비 소방업계, 대기업에 종속되는 것을 걱정하는
건축사 등의 견제와 반발로 진통을 겪고 있다.

이들도 국내 건설업계의 영세성과 경쟁력낙후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쟁력강화를 위해 각종 규제와 보호장치를 풀 경우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이 외국건설회사와의 경쟁에 앞서 중소 전문건설업체의 영역을
빼앗아 갈 것을 더 걱정하고 있다.

면허대여, 담합입찰, 불법하도급 등 온갖 비리가 난무해온 건설업계에서
이같은 불신은 근거가 없지 않다.

그렇다고 불합리한 제도개선및 경쟁력강화를 마냥 미루다가는 국내
건설업계가 외국 건설회사의 단순하청업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의 경우 정부발주 건설공사규모만 7조5,000여 억원에 달할 정도로
국내 건설시장규모는 엄청나다.

게다가 건설산업은 과거와 달리 통신 교통 환경 등과 연관돼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유망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처럼 국민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국내외 시장규모도
엄청난 건설산업을 외국 업체들과의 경쟁에 밀려 몰락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국내 건설업계는 사활을 걸고 일치단결해 미래지향적으로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우선 대형 건설회사들은 설계 감리 공정관리 등의 기술발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소규모공사나 단순시공보다 복합 플랜트공사 등 부가가치가
높은 대규모공사에 주력해야 한다.

중소업체들도 더이상 정부보호에 안주하지 말고 전문화에 힘쓰는 동시에
대기업과 협력해 해외진출까지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동안 국내 건설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각종 비리의 온상이던
불합리한 제도와 관행은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

이는 정부와 업계 공동의 몫이다.

건설시장의 개방도 경쟁촉진및 제도개혁을 통해 국내 건설업계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임을 잊지말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