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북한이 나진.선봉국제투자포럼참가신청자에 대해 선별적으로
초청장을 발급한데 맞서 참가계획을 백지화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이에따라 우리측이 불참방침을 굳히기까지의 과정과 이번 일이 남북관계
전반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를 통해 우리측 참가신청자
53명중 언론인 정부관계자 연구소관계자와 일부 기업인을 제외한 19명만을
초청하겠다는 의사를 통보했다.

북한은 선별초청사유로 수용능력을 웃도는 8백50명이상이 참가를 신청함에
따라 신청자 모두에게 초청장을 발급할 수 없는 상황임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선별초청사유가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포럼 참가를 모든 나라에 보장하겠다는 캄포스 UNIDO사무총장과 김광섭
주오스트리아북한대사간 약정서(3월28일) 위반을 교묘히 피하면서 <>당국
배제 <>대외노출기피 <>한국참관단 위상약화는 물론 우리측의 불참결정을
빌미삼아 남북경협이 안되는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려는 저의를 깔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북한의 준비부족도 한국측 참관단을 선별초청한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리측 참관단이 묵을 예정이었던 나진1호호텔이 지난달에야 완공됐고
통신시설은 지난달말 태국록슬리그룹이 1천5백회선규모의 교환기를 들여다
설치에 나섰으나 행사기간중 실제 가동될지는 의문일 정도다.

이번 포럼불참으로 남북관계는 당분간 더욱 냉각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북한이 종전과 달리 투자유치에 적극성을 보여 "이번에는 뭔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당국의 대북시각이 원점으로 회귀했기 때문이다.

한 당국자는 이와관련, "북한대외경제협력추진위 김정우위원장의 권력내
위상을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7월부터 일본 홍콩 등을 순방하며 투자유치를 호소했던 김정우가
자신의 구상을 북한내 강경파에 밀려 제대로 관철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최종결재권자인 김정일도 설득하지 못했을 것으로 이 당국자는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이 좀더 개방적이고, 당국간 접촉을 통해 전향적인 대남관계를
설정하지 않는한 우리측이 준비했던 포럼후 후속조치는 상당기간 빛을 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적으로도 북한은 이번 일로 상당한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UNIDO와 체결한 의정서를 형식적으로 위반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동북아국가들이 대부분 참여한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의 정신이나 합의
는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TRADP회원국들도 당초 북경에서 9월에 열기로 한 2차협의회를 10월말로
연기하는 등 나진.선봉투자포럼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따라서 TRADP는 이번처럼 한국배제를 노골화한 북한에 어떤 형태로든
불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는 아직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우리측 참관단 전원에게 초청장을 발급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듯하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