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이 예금주인 통장에 대해 은행이 법인 대표이사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평소 거래하던 담당책임자만 믿고 인감변경을 해줘 손해를 입혔다면
은행이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민사2부 (주심 김형선 대법관)는 8일 구인실업이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낸 어음추심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패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은행측이 평소 거래담당자인 원고회사의
경리담당상무의 인감변경 신고를 받고 예금주인 대표이사의 확인없이
인감을 변경해준 사실이인정된다"며 "이는 예금주의 의사에 반하는 인감
변경으로 은행이 부정행위의 발생을 방지할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
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인감변경 신고를 수리하려는 은행은 예금주가
주식회사이고 구인감이 없는 경우 규정에 따라 적절한 방법으로 회사의
대표이사에게 그 확인을 해야 한다"며 "대표이사가 아닌 거래담당
책임자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 예금주 본인임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구인실업은 지난 92년 은행거래를 담당하는 경리담당 상무인 박모씨가
평소 거래은행인 중소기업은행에 회사의 허락없이 인감변경 신고를 한 뒤
4억5천만원을 인출해 횡령하자 "은행측이 확인없이 인감을 변경해 준 것은
잘못"이라며 소송을 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