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기술연구원 전자재료연구실 김형석주임연구원(32)의 취미는 "만들기"
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플라모델처럼 순서대로 잘라 붙이기만 하면 되는
만들기는 물론 아니다.

동년배들이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뭔가 새롭고 복잡한 것이 그의 관심
대상이다.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는 나무와 고무줄을 주재료로 단추만 누르면 스스로
열리는 자동문을 고안해 주목받았다.

연세대 학부시절에는 "매직큐브"란 짝맞추기 놀잇감을 좀더 복잡한 형태로
설계, 교수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6면체 3개층으로 되어 있는 이 놀잇감을 4~5개층 20면체로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 것.

붐이 지났기에 중소기업체를 통한 사업화가 성사되진 않았지만 당시 설계
도면은 아직도 재산목록 1호이다.

그는 지금 좀더 원대한 꿈을 갖고 자신의 "만들기" 취미를 완성시키려 하고
있다.

"mm파 가열장치"의 하나인 "자이로트론"을 개발하는 일이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 초전도 토카막 핵융합연구장치(KSTAR)"
건설 프로젝트에 빼놓을수 없는 장치이다.

핵융합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토카막내에 응집시킨 플라즈마를 섭씨
1억도이상 가열해 줘야 하는데 그 역할을 맡는 것이 이 장치이다.

전자레인지속의 음식물을 가열하는 마그네트론이란 장치와 유사하지만
출력에서는 비교가 안된다.

하나의 자이로트론이 내는 mm파의 주파수대역은 110GHz에 달하며 1MW의
에너지를 연속 발진시킬수 있어야 한다.

이 장치에 관한 연구는 핵융합발전만이 아니라 산업경제 전반에 큰 파급
효과가 기대돼 주목되고 있다.

고성능의 레이더개발에 응용, 국방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데다 기계공구
자동차용 강판등 각종 소재의 내마모성을 크게 높여주는 플라즈마가공기술
개발에도 끌어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미한인과학기술자협회회장이며 미해군기초과학연구소에서 20여년간
관련분야를 연구해온 안세영박사를 주축으로한 연구팀의 멤버로 지난 7월
부터 이 과제수행에 참여하고 있다.

93년8월 입사이후 "광기능성 고분자를 이용한 액정배향막개발" 연구를 해온
그로서는 "물고기가 물을 만난 셈"이다.

그는 KSTAR프로젝트의 완성시점인 2001년보다 1년이상 앞서 자이로트론개발
을 끝낼수 있도록 한다는 각오이다.

그는 그래서 늘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오전 5시30분께 일어나 잠자리에 들때까지 거의 모든 시간을 기초실험이나
관련논문을 읽는데 쓰고 있다.

서울 마포 처가에서 용인 연구소까지의 출퇴근시간 버스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은 항상 문제해결방안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후회없는 삶을 살기 위해서다.

연구는 자기생활의 전부라고 여길 정도가 되어야 좋은 결실을 맺을수 있다
는게 그의 생각이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