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면과 설치부문에서 국제적 성가를 높여온 김종학 조덕현씨가 그동안
세계 무대에서 보여온 예술적 기량을 국내 애호가들에게 소개하는
개인전을 잇달아 갖는다.

90년대 한국화단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이들은 각기 프랑스와 미국
등지를 무대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역량을 발휘해온
작가들.

이번 개인전은 특히 그동안 국제무대에 역점을 두고 작품활동을 해온
이들이 오랫만에 마련한 국내전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11~2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제화랑 (735-8449)에서 5년만에 국내전을
갖는 조덕현씨(40)는 한국 근현대사를 사진이미지와 나무상자작업을 통해
재해석한 독특한 기법의 설치미술로 국내는 물론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아온 작가.

"삶의 계보학-아버지에 대하여"를 부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제까지 작가가 어머니등을 통해 재현했던 근대 우리여성들의 삶에서
아버지와 아들등 남성의 삶으로 촛점을 바꾼다.

자신이 겪은 과거의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모두가 수긍하는 객관적
공감대를 이끌어낸 그는 이번 전시회에서 서구 페미니즘의 무조건적
수용에 대한 반대적 개념으로서 전통적 가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전시장 1층은 근현대사를 장식한 우리 남성들의 생과 사를 다루면서
빛바랜 사진들을 수집, 대형흑백화면에 콘테드로잉으로 확대해 보여주는
공간.

이어 40여평의 2층에는 트럭 6대분의 흙을 깔고 그위에 고향인 강원도
횡성땅에 3개월간 묻어두었던 나무상자들을 질서있게 배치했다.

상자속에는 자신의 아들의 사진을 넣어 대지와 생명의 탄생이 하나의
고리로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

12~2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 (542-5543)에서 3년만에 개인전을
갖는 김종학씨(42)는 서울대 미대 및 동대학원을 졸업한뒤 8년동안
프랑스에서 활동해온 작가.

김씨의 종이작업은 특히 주제에 대한 획기적 접근방법을 인정받다 95년
영국의 세계적인 미술지 "아트 투에이"에 백남준 김봉태씨의 작품 등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로 수록되기도 했다.

93년 첫 국내전 이후 인간과 예술의 양면성에 관한 해답찾기에 몰두해온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선과악, 이성과 감성등 인간을 본질적 대상으로
한 예술의 허구와 진실에 대한 숱한 물음과 사유의 결과를 보여준다.

거대한 크기로 왜곡된 포도와 배 사과 등 과일과 새우 오징어 등
일상적인 소재들이 회화적으로 표현된 종이작업과 오래돼 녹이슨 철판처럼
위장된 합판 등을 통해 각기 이성과 감성, 허구와 진실이라는 양면성을
절묘하게 이미지화한 작품들이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