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일 <서울대 교수 / 경영학>

어느 나라의 경제든지 잘나가는 경제인지 또는 안되는 경제인지를
평가하려면 몇가지 경제지표를 보기 마련이다.

최근 선진국의 모임인 G7국가중에서 캐나다가 잘되는 경제로 꼽히고
있다.

여기서 캐나다의 경제지표와 우리의 상황을 비교해 보면 몇가지
의미있는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경제성장율을 보면 지난 6월까지 캐나다는 국민총생산이 13%
증가한데 비해 우리는 7%를 기록했다.

우리는 성장율 측면에서 보면 우리는 캐나다에 비해 거의 6배나
가깝게 성장한 셈이다.

실업율의 측면에서도 캐나다는 지난 6년간 9%의선을 유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2% 선을 유지하고 있다.

더우기 캐나다의 기업들은 다운 사이징(downsizing)전략을 계속
함에따라 거의 매일 기업들은 인원감축정책을 발표하고 있고 실업자들에
대한 사회보장혜택도 축소되면서 자선단체에서 실시하는 무료급식에
대한 수요가 지난해에 비해 50%나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경제에서는 노동력의 부족으로 저임 노동국에서 인력을
수입하고 새롭게 실업보험제를 실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소비측면에서도 캐나다의 경우 증가 기미가 보이지 않고
돈주머니를 꽁꽁묶어 놓은 모습이다.

이에 비해 우리의 소비수준은 생산증가율을 넘어서는 7.2%선으로 소위
과소비의 경지를 넘나들고 있다.

이와같이 경제성장율이나 실업율 소비증가율등을 보면 캐나다의
경제는 어려움에서 헤메고 있고, 우리 경제는 일취월장 번창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좀더 경제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캐나다의 경제는 건실한 기초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G7국가중에서 새로운 리더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고
우리의 경제는 모두가 걱정하듯이 어려운 상황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국제수지의 측면에서 캐나다는 금년 6월까지 경상수지가 18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우리 경제는 7월까지 경상수지 116억6,000만달러
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캐나다의 경우 지난 12년간의 경상수지 적자를 금년부터 흑자로
전환하는 업적을 이룩하고 있으며 그동안 향상된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계속 흑자를 유지할 것을 예측되고 있다.

또 이와같이 국제수지 흑자를 성취한 주요 요인중에 하나는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과거 25%대에서 43%로 증가시켜 새롭게 수출위주의
경제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우리의 수출은 성장률이 둔화되더니 지난 7월과 8월에는 작년에
비하여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수지가 적자로 급속히 치닿고 있고 그 이유로 우리의
수출 주력상품인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조선 자동차등 그동안 우리의
빵을 벌어 주던 제품(일명 today"s breadwinner)들의 국제적 수요가
침체됨에 따라 갑자기 일어난 현상으로 보고 있다.

더우기 장래를 내다 보면 더 비관적으로 되는 이유는 과연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려줄 제품(일명 tomorrow"s breadwinner)이 무엇이 있는지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결국 캐나다같이 G7 국가에서 수출위주의 경제를 새로 구축하는데
반해 우리 경제는 언제부터인지 수출위주에서 소비위주로 돌아서면서
마치 선진국의 경제로 진입하고 있는 양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캐나다가 수출 입국을 이룩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는
제품단위당 노동비용이 G7 국가중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에서 임금인상률은 지난 6.29선언이후 계속해서 두자리
숫자를 유지하더니 드디어 임금수준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고
제일 높은 국가로 부상하고 있다.

한 예로 우리경제에서 낙후된 부문으로 간주되고 있는 금융기관의
월급수준이 금융의 선진국인 영국보다 높다면, 이는 자연히 경제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잃게 하기 마련이다.

결국 어느나라 경제인든지 지난 10년간 임금이 매년 두자리 숫자로
인상하면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자명한 가설을 우리가
증명한 셈이다.

최근 캐나다의 물가수준도 극히 안정되어 있어 금년에 소비자물가가
약1.2%정도 인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에 우리 경제에서는 연초 목표치인 4.5%선을 넘어 서는 상황이
관측되고 있다.

또 캐나다의 환율은 안정내지는 강세를 보이는데 비해 우리의 환율은
약세와 인상을 면치 못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제가 소비나 고용의 측면에서는 먹구름이 끼여있는 것
같지만 그동안 국제경쟁력을 회복하겠다는 고통을 감수함으로써 새롭게
부활하고 재생하는 경제로 거듭나고 있다.

우리 경제도 어렵다고 걱정만 하고 어쩌다 우리 경제를 이 지경까지
만들었느냐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다시 부활하고 재생시키는 작업을
우리 모두가 수행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경제를 부활시키는 데는 여러가지 고통이 따르게 될 것이다.

요사이 일부 기업에서 임금총액을 동결한다든지,관리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한다든지, 명예퇴직을 통해 인원감축을 시도하는 것은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선진 G7 국가의 새 리더로 떠오르고 있는 캐나다도 몇년간의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를 살리고 새로운 강자로 세계경제에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 경제도 앞으로 몇년간 고통을 분담할 각오와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비용절감 월급감축의 노력과 함께 심지어
실업까지 감수해야 하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경제를 살리는데 이 길 밖에 없다면 지금부터 모두가 과거의
착각에서 깨어나 새롭게 대비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