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숲과 광활한 잔디공원, 요트가 춤을 추는 인공호수와 시원한
바람, 푸른 골프장과 그리고 숲사이에 점처럼 흩뿌려진 목조주택들.

미국 워싱턴DC와 볼티모어시티를 연결하는 95번 하이웨이는 무려 왕복
32차선이다.

이중 16개 차선은 유료, 나머지 16개 차선은 무료이다.

워싱턴에서 이 길을 따라 볼티모어쪽으로 약 25km를 달리다보면
콜럼비아(Columbia) 뉴타운이 나온다.

이곳은 대학의 도시계획학 강의에서 그 개발방식이 연구과제로 채택되는
등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카운티(우리의 군)에 있는 레스턴신도시와 함께
미국의 대표적인 신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콜럼비아뉴타운의 규모는 6,000ha(1,815만평)로 분당신도시의 3배
크기이며 행정구역상 매릴랜드주 하워드카운티에 속하고 지난 63년부터
지금까지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개발목표의 85%가량이 이뤄져 단독주택 콘도미니엄(우리의
아파트에 해당) 아파트먼트(임대용 콘도미니엄) 등 계획가구 3만2,000가구
중 2만8,000가구가 지어져 9만여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콜럼비아뉴타운의 커다란 특징은 개발당시의 자연환경이 그대로 보전돼
자연 친화력이 높다는 것.

자연을 고스란히 보전한 채 개발사업을 벌여 주거단지에 즐비한 수령
1,000년짜리 은행나무와 700년짜리 느티나무, 기암괴석이 원시의 자태를
뽐내며 시공을 초월한 느낌마저 준다.

루즈사는 또 612만평, 분당신도시보다 더 큰 오픈스페이스와 녹지공간을
조성, 자연의 삶 그 자체를 주민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같은 자연보호는 루즈사와 하워드카운티의 노력의 결실이다.

루즈사가 당초 인디안구역이던 이곳에 대해 신도시개발계획을 제출하자
하워드카운티측은 루즈사와 환경보호협정(Protective Convent)을 체결,
자연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신도시는 거미줄처럼 닦여있는 도로망을 기반으로 한다.

아파트를 분양한 대금을 재원으로 도로를 건설하는 우리의 개발방식과
달리 기존의 도로를 기반으로 신도시를 조성하는 것이다.

워싱턴과 볼티모어 등 인근 대도시의 주택난 해결을 위해 조성된
콜럼비아뉴타운도 왕복 32차선의 95번 도로를 모태로 태어났다.

남북축으로 29번 1번 175번 하이웨이가, 동서축으로 40번 32번 고속
도로가 도시를 관통하며, 108번 도로가 도시를 순환하는 등 탄탄한
도로망이 인근 모도시를 20~30분만에 연결해준다.

콜럼비아에는 "콜럼비아 애향심은 조경에서 열매를 맺는다"라는 말이
있다.

도시전체의 조경이 예술작품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워 주민들마다
조경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이 애향심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루즈사는 콜럼비아의 조경을 위해 버클리대학 건축공학과의 모트
호펜휄트 윌리암 핀리교수 등 조경전문가를 동원, 덴마크 티볼리공원
스웨덴 밸링비왕궁 등의 조경기법을 인용해 이곳에 적용했다.

게다가 루즈사는 콜럼비아에 100만그루의 나무와 관목을 추가로
재배하는 등 조경에 정열을 쏟아 미 연방환경보전국으로부터 조경시범
도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콜럼비아에 지어진 2만3,000가구의 단독주택은 모두 목조로 지어졌다.

그러나 이들 주택중 단 한 가구도 같은 모습의 집이 없어 마치 주택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모두 독특한 개성과 색상 모습으로 어우러져 집이라기 보다는 자연을
배경으로한 도시의 정서를 담은 예술작품에 가까운 느낌이다.

지붕모양에서부터 창문틀 계단 주차장 심지어 문손잡이에 이르기까지
각기 고유의 모양과 색채를 띠고 있다.

콜럼비아주민들은 개발업체의 창립자인 제임스 루즈에게 "파더
(father)"라는 극존칭을 사용하며 살기좋은 도시를 개발한 그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지난 1월 그가 운명을 달리했을 때 이곳 주민들은 그의 장례식을
콜럼비아뉴타운장으로 치르기도 했다.

콜럼비아는 개발사업이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4,000여가구의 단독주택을 더 지을 부지가 남아있으나 루즈사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칠 것을 우려, 마무리사업을 시한없이 미루고 있다.

< 컬럼비아 뉴타운(미국) = 방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