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이 전화설비비의 폐지방침에 따른 대안마련에 고심
하고 있다.

설비비는 전화망확장의 재원으로 활용돼 우리나라가 세계 8위의 전화망
보유국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해 왔으나 "1가구 1전화" 시대를 맞아
필요성이 줄어 없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 규모가 4조원이 넘어 일시에 돌려주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요금체납에 대비한 보증금확보등과 맞물려 쉽지 않은 일이다.

이와관련 정통부산하 출연연구소인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가 한국통신의
위탁을 받아 전화설비비 폐지방안에 관한 연구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끌고
있다.

ETRI 기술경제연구부 통신경영연구실 장석윤책임연구원팀은 연구보고서에서
설비비를 폐지하는 대신 가입비와 보증금을 신설해 대체하고 나머지는 현금
으로 일시 상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가입비는 5만원, 보증금은 8만원을 제시했다.

현재 설비비는 지역에 따라 12만2천원에서 24만2천원을 받고 있다.

가입비는 이미 설치된 통신망에 가입해 사용하는데 드는 댓가로 전화를
해지해도 반환하지 않는 비용.

외국에서는 주로 4만~6만원선이지만 영국(12만5천원) 일본(55만5천원)이
상대적으로 높다.

국내에서는 이동전화의 경우 7만원을 가입비로 받고 있다.

연구팀은 전화가입비 수준은 이동전화보다 서비스가치가 다소 낮은 점을
감안, 5만원이 적정수준이라고 밝혔다.

보증금은 전화가입자가 요금을 내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받아두는 것으로
원칙적으로 일정기간후 신용도에 따라 반환토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자를 주지 않는 설비비와 달리 시중은행금리 수준의 이자를 지급
해야 한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적당한 보증금 액수는 8만원으로 산출했다.

한달 평균 전화요금에다 요금연체시 전화가입을 해지하는데 걸리는 체납
관리기간을 감안해 정했다.

어떤 전화가입자가 전화요금을 연체할 경우 이를 확인해 전화회사가 전화를
강제로 끊는데까지 보통 3개월반정도 걸린다.

현재 한달평균요금이 2만2천5백원이므로 3.5개월분은 약 8만원이다.

연구팀은 설비비를 폐지할 경우 관련 요금제도도 함께 개편해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기본방향은 기본료를 인상하고 114안내를 유료화하는 한편 공중전화요금도
올리는 쪽으로 잡았다.

현재 월 2천5백원인 기본료의 인상폭은 5백~1천원선을 제시했다.

한국통신의 가입자선로유지비용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다.

한국통신은 지난해 가입자 선로를 관리하는데 2조2천억원을 들였으나
기본료 수입은 5천억원에 불과, 원가보상률이 2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
됐다.

또 우리나라는 기본료가 외국보다 훨씬 싸다.

외국에서는 기본료를 우리보다 2~5배 많이 받고 있다.

뉴욕텔리폰이 5천4백원선이며 도이치텔레콤과 NTT는 1만1천원과 1만
3천원선이다.

미국 영국 일본에서는 업무용 전화의 기본료를 주택용보다 50~1백% 더 받고
있다.

이와함께 114안내를 유료화, 1건에 시내 1통화요금(40원) 정도를 받고
공중전화요금도 소폭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물론 전화설비비 폐지에 따른 요금조정과 병행해 한국통신도 상당한 비용을
줄이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생산성향상 노력이 가시화돼야 일반전화가입자의 부담 증가에 대한 설득력
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설비비를 가입비및 보증금으로 전환한 차액은 가입자에게 현금
으로 반환해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반환규모가 5천억원 미만으로 추정돼 한국통신의 자금운용에 크게 부담을
주지 않는 수준이란 것이다.

< 정건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