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주춤하던 국제 유가가 이라크와 미국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됨에
따라 또다시 급속한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이에따라 국제수지적자 확대와 물가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는 더욱 큰 주름살이 잡히게 됐다.

12일 통상산업부에 따르면 이라크가 미군 항공기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고
미국이 이에대한 보복 의사를 밝힌 11일 국제원유 시장에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1.1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으로 전날인 10일보다는 배럴당
0.41달러 오른 것이며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시작된 직후인 지난 2일의
20.08달러보다는 배럴당 1.08달러 높아진 것이다.

두바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도입하는 국제원유의 기준이 되는 가격으로 지난
8월 평균(18.68달러)에 비해 무려 13%나 오른 셈이다.

브렌트유 역시 11일 배럴당 23.55달러를 기록, 걸프전 이후 최고치를 경신
했고 하루사이에 배럴당 0.67달러나 올라 8월평균(20.64달러)에 비해 14%
인상됐다.

국제 원유가격은 미국의 이라크에 대한 공격이 시작된 이달초 급등한 이후
등락을 거듭했으나 이라크의 미군기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진 11일 일제히
폭등세로 돌아섰다.

이에따라 국내에 도입되는 원유가격 상승으로 국제수지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게 됐다.

통산부는 올해 평균 원유도입가격을 배럴당 18달러로 잡고 있으며 여기서
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2억달러의 추가 부담이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유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5-10억달러의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연말 경상적자 규모는 2백억달러에 육박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물가 역시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도입 원유가격이 배럴당 1달러 오를 경우 국내 석유가격에는 2.46%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소비자물가에는 0.038% 포인트 인상 요인이 발생한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이에따라 국제원유가격이 배럴당 20달러를 유지할 경우 물가는 0.076%
포인트, 23달러이면 0.19%포인트, 25달러이면 0.266%포인트 추가로 오르게
된다.

국제유가를 23달러대로 가정하면 이 부분에서만 약 0.2%포인트의 소비자
물가 인상요인이 있는데다 유가 상승에 따른 각종 상품 서비스값의 동반
상승 요인까지 감안할 경우 0.5% 포인트 안팎의 추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게
된다.

그럴 경우 이미 연말 억제선인 4.5%를 넘어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쉽게 넘어가게 된다.

더욱이 미국의 대이라크 강경노선은 오는 11월 미 대통령 선거전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 이에따른 국제원유가격도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국제
수지적자 확대와 추가적인 물가상승등으로 국내경제는 더욱 큰 난관에
봉착할 우려가 크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