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살아가는 데는 필연적으로 형성되는 인간관계가 있게 마련이다.

가족 친척 학교 직장에 얽힌 관계 등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고등학교 동기들간의 관계는 특히 의미가 깊다.

성인이 되기 직전의 중요한 성장기에 인생에 대해서 진지하고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게 되는 관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의 각 분야에서 직장의 격무와 서로의
생업에 종사하다보면 자주 만나기 여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빈틈없는 직장의 격무는 인생에 있어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친구들을 잃게 만드는 잔인함도 있다.

그래서, 궁리 끝에 서소문에서 치과병원을 경영하고 있는 박승오 박사를
중심으로 1982년 9월 경북고등학교 43회 동기모임인 "서문회"가 결성되게
되었다.

"서문회"는 흉허물 없는 고등학교 동기들이 모여,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의 토론모임이다.

매달 한가지 주제를 가지고 난상토론을 하는데, 정치/경제/사회/문화/
시사 등 주제에는 전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얼마전에는 자녀결혼 문제, 고부간 문제 같은 것들이 토론의 주제로
놓여지기도 했다.

물론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토론 또한 아니기에 결론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고, 굳이 결론을 내려고 하지도 않는다.

"서문회" 토론의 목적은 무엇보다 토론문화에 익숙해지자는 의미에
중요치를 둔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이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간접
체험이다.

고등학교 동창들이라 각기 진출해 있는 분야가 다양해서 한가지 사안에
대해서도 각양각색의 의견이 나오게 되고, 이것은 나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현재 회원은 약 20명이고 매달 한 번씩 모임을 가지는데, 모임에는
적어도 15명씩은 꼭 참석을 한다.

회장은 치과의사인 박승오 회원이 맡고 있으며, 기업체에 다니는
회원으로는 삼성중공업의 강부건, 정치호 회원 등, 언론인으로는
중앙일보의 김영배 회원 등, 금융인으로는 보스톤 은행의 이윤하 회원
등이 있고, 문인으로는 시인인 장동조 회원이 있다.

공무원으로 총무처의 박용환 회원, 청와대의 윤무한, 황원길 회원 등이
있고, 자영업을 하는 박병준 회원 등, 지면관계로 일일이 동기들의 이름을
열거하지는 못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 걸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친구들로
구성되어 있다.

한가지 가슴아픈 것은 모임의 총무로서 오랫동안 "서문회"의 살림을
맡아줬던 최동조 회원이 얼마전 타계한 것이다.

다시한번 "서문회" 회원 모두와 함께, 최동조 회원의 명복을 빈다.

공무원 의사 언론인 시인, 기업체 임원 등 서로 각기 다른 분야에서
전혀 다른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학창시절에 나누었던 우정의 끈으로
단단히 묶여있는 "서문회"는 서로가 아무 흉허물없이 마음을 열고
토론을 벌일 수 있는 가슴훈훈한 토론모임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