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벽을 깨자] (5) 제1부 <4> 원흉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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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5년 여름 오세민 조폐공사사장(현 부산광역시 정무부시장)은
재정경제원을 찾아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지낸 그가 난데없이 자진사표를 낸 이유는 노사간
임금이면계약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94년 노사간 임금협상때 정부는 "투자기관은 임금협상을 조기타결하라"
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당시 황모사장은 명목상으론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5%이내에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대신 95년에는 추가로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노조와 이면계약을 맺었다.
오사장은 취임하고 나서야 이런 노사간 "뒷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알았다.
예산을 더 쏟아부어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보고 차라리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노사관계안정을 위해 정부투자기관은 무조건 정부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3월말까지 임금협상을 타결하라는게 94년까지의 정부정책이었다.
대통령과 부총리가 투자기관 사장들을 불러 독려하기도 했다.
사장은 조기타결을 외치는 청화대가 무서워서 노조요구대로 끌려다녔다.
여기에다 "조기타결상여"라는 희한한 보너스도 있었다.
1월에 타결하면 30%, 2월타결은 20%, 3월타결은 10%의 보너스를 더주는
식이었다.
94년의 일이었다.
윗관청의 독려도 있고 조기타결하면 보너스까지 주니 노조와의 뒷거래를
해서라도 타결부터 하면 "장땡"이라는 사고가 팽배했음은 물론이다.
공기업만 그랬는가.
아니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동부는 전국의 대규모사업장 수백개를 선정한뒤 지방노동청을 통해
선도타결을 사실상 "강요"했다.
"대기업이 임금타결에 먼저 모범을 보이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점검결과는 대통령에게 일일보고된다는 말과 함께.
정부의 조기타결 종용만이 아니라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역할을 한
노.경총간 임금준거율도 임금인상과 임금구조왜곡을 부추겼다.
겉으로는 준거율 범위내에서 타결해 정부를 만족시켰다.
그리고 "뒷구멍"으로는 각종 명목의 수당으로 돈을 더 얹어주었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삼은 타결율은 항상 한자리수 이내의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각종수당을 포함한 실질임금인상률은 두자리수 이상의
"문제아"였다.
김영삼정권이 등장한 93년에 타결률은 5.2% 늘었는데 실질지급률은
12.2%나 증가했다.
94년에도 타결률과 실질지급률이 "따로국밥"이었고 95년에도 역시
"타결률(7.5%) 따로 실질지급률(11.2%) 따로"였다.
"말"과 "행동"이 다르기는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조기타결을 서둘렀던 것은 "정치.사회적 안정이 경제적
비용상승보다 중요하다"는 정권의 "자기보호" 인식때문이다.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했던 과거의 정권에선 그럴수 밖에 없었겠지만
문민정부 들어서도 이런 인식에 변화가 별로 없었다는건 심각한 문제다"
(H전자 P이사)
정부가 고임금을 부추겼다는 진단은 임금협상을 조기타결하라고
종용했다는 데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정부 스스로가 재정긴축을 못한 점도 민간의 임금인상을 자극했다.
우선 공무원수는 매년 늘어나기만 한다.
최근 발표된 "96 총무처연보"에 따르면 95년말 현재 공무원총수는
지자체 채용공무원까지 합쳐 91만4천명으로 전년보다 0.84%가 늘었다.
공무원임금도 93년 국영기업임금의 87%수준에서 올해엔 94%선으로
올라 엇비슷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겨냥해 벌써부터 공무원급여를 국영기업
수준과 똑같이 맞추자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수나 봉급만이 아니라 공공요금을 못잡은 것도 임금인상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연초엔 항상 공공요금동결을 외치다가도 슬그머니 각종 공공
요금을 가격현실화란 미명으로 인상을 허용해왔다.
공기업의 경영혁신과 민영화를 통해 가격인상요인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이러니 국민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구가 "말발"이 먹혀
들어갈리 없다.
물론 임금인상이 모두 정부에 책임이 있는건 아니다.
"경기가 호황일때 직원들 임금을 듬뿍듬뿍 올려준 곳이 어디냐 반도체
업체의 경우를 생각해 봐라.
과도한 임금인상에 정부책임이 크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장승우
재정경제원1차관보)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임금안정을 희생하는데 정부가 한몫했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임금타결시기와 인상폭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협상의 틀(제도)만 만들어 주면된다.
정부가 개입하면 오히려 임금이 더 오른다.
임금구조도 과도한 수당신설 등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다"(노사관계
개혁위원회 자문위원 Y씨)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임금협상에 정부불개입원칙이 확립되고 재정긴축과 공공요금안정까지
이루어진다면 임금이 올랐다고 정부를 욕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 정리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
재정경제원을 찾아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공정거래위원장까지 지낸 그가 난데없이 자진사표를 낸 이유는 노사간
임금이면계약을 감당할 수 없어서였다.
94년 노사간 임금협상때 정부는 "투자기관은 임금협상을 조기타결하라"
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당시 황모사장은 명목상으론 정부 가이드라인에 맞춰 5%이내에서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대신 95년에는 추가로 임금을 올려주겠다고 노조와 이면계약을 맺었다.
오사장은 취임하고 나서야 이런 노사간 "뒷거래"가 있었던 사실을
알았다.
예산을 더 쏟아부어야 하는데 도저히 자신이 없다고 보고 차라리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이다.
노사관계안정을 위해 정부투자기관은 무조건 정부 가이드라인 범위
내에서 3월말까지 임금협상을 타결하라는게 94년까지의 정부정책이었다.
대통령과 부총리가 투자기관 사장들을 불러 독려하기도 했다.
사장은 조기타결을 외치는 청화대가 무서워서 노조요구대로 끌려다녔다.
여기에다 "조기타결상여"라는 희한한 보너스도 있었다.
1월에 타결하면 30%, 2월타결은 20%, 3월타결은 10%의 보너스를 더주는
식이었다.
94년의 일이었다.
윗관청의 독려도 있고 조기타결하면 보너스까지 주니 노조와의 뒷거래를
해서라도 타결부터 하면 "장땡"이라는 사고가 팽배했음은 물론이다.
공기업만 그랬는가.
아니다.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노동부는 전국의 대규모사업장 수백개를 선정한뒤 지방노동청을 통해
선도타결을 사실상 "강요"했다.
"대기업이 임금타결에 먼저 모범을 보이라"라고 윽박지르기도 했다.
점검결과는 대통령에게 일일보고된다는 말과 함께.
정부의 조기타결 종용만이 아니라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역할을 한
노.경총간 임금준거율도 임금인상과 임금구조왜곡을 부추겼다.
겉으로는 준거율 범위내에서 타결해 정부를 만족시켰다.
그리고 "뒷구멍"으로는 각종 명목의 수당으로 돈을 더 얹어주었다.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삼은 타결율은 항상 한자리수 이내의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각종수당을 포함한 실질임금인상률은 두자리수 이상의
"문제아"였다.
김영삼정권이 등장한 93년에 타결률은 5.2% 늘었는데 실질지급률은
12.2%나 증가했다.
94년에도 타결률과 실질지급률이 "따로국밥"이었고 95년에도 역시
"타결률(7.5%) 따로 실질지급률(11.2%) 따로"였다.
"말"과 "행동"이 다르기는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이처럼 조기타결을 서둘렀던 것은 "정치.사회적 안정이 경제적
비용상승보다 중요하다"는 정권의 "자기보호" 인식때문이다.
"정권의 정통성이 취약했던 과거의 정권에선 그럴수 밖에 없었겠지만
문민정부 들어서도 이런 인식에 변화가 별로 없었다는건 심각한 문제다"
(H전자 P이사)
정부가 고임금을 부추겼다는 진단은 임금협상을 조기타결하라고
종용했다는 데서만 나오는게 아니다.
정부 스스로가 재정긴축을 못한 점도 민간의 임금인상을 자극했다.
우선 공무원수는 매년 늘어나기만 한다.
최근 발표된 "96 총무처연보"에 따르면 95년말 현재 공무원총수는
지자체 채용공무원까지 합쳐 91만4천명으로 전년보다 0.84%가 늘었다.
공무원임금도 93년 국영기업임금의 87%수준에서 올해엔 94%선으로
올라 엇비슷해졌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겨냥해 벌써부터 공무원급여를 국영기업
수준과 똑같이 맞추자고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무원수나 봉급만이 아니라 공공요금을 못잡은 것도 임금인상의
빌미를 제공했다.
정부는 연초엔 항상 공공요금동결을 외치다가도 슬그머니 각종 공공
요금을 가격현실화란 미명으로 인상을 허용해왔다.
공기업의 경영혁신과 민영화를 통해 가격인상요인을 흡수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전가시킨 것이다.
이러니 국민에게 임금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요구가 "말발"이 먹혀
들어갈리 없다.
물론 임금인상이 모두 정부에 책임이 있는건 아니다.
"경기가 호황일때 직원들 임금을 듬뿍듬뿍 올려준 곳이 어디냐 반도체
업체의 경우를 생각해 봐라.
과도한 임금인상에 정부책임이 크다고 비난할 수 있겠는가"(장승우
재정경제원1차관보)는 반론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임금안정을 희생하는데 정부가 한몫했다는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임금타결시기와 인상폭에 관여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협상의 틀(제도)만 만들어 주면된다.
정부가 개입하면 오히려 임금이 더 오른다.
임금구조도 과도한 수당신설 등으로 왜곡될 소지가 있다"(노사관계
개혁위원회 자문위원 Y씨)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임금협상에 정부불개입원칙이 확립되고 재정긴축과 공공요금안정까지
이루어진다면 임금이 올랐다고 정부를 욕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 정리 = 안상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