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주에 위치한 그랜드캐니언을 육로로 가는 방법은 두가지이다.

네바다 주의 라스베이거스에서 유타주를 통해 그랜드캐니언의 노스림
(North Rim: 북쪽 절벽)에 이르는 방법과 애리조나주 북부에 자리잡은
플래그스태프를 통하여 사우스림(South Rim :남쪽 절벽)에 가는 방법이 있다.

노스림으로 가는 길은 겨울에 눈으로 인해 길이 끊어지지만 사우스림으로
통하는 길은 사시사철 접근할수 있기 때문에 플래그스태프는 그랜드캐니언의
관문으로 불린다.

그랜드캐니언에만 집착하여 많은 여행객들이 플래그스태프를 그냥
지나치지만 플래그스태프 주변에는 미국에서는 보기드물게 자연 문화 역사를
함께 느낄수 있는 볼거리가 산재해 있는 곳이므로 며칠 머무르며 주변
지역을 둘러볼만 하다.

콜로라도 고원에 자리잡은 플래그스태프는 해발 고도가 2,125m로 주변
환경은 열악했지만 기원전 500년께부터 인디언들이 살았다.

하지만 가뭄이 계속되면서 14세기에 이곳에 살던 신아구아 인디언들은
그들이 살던 절벽 동굴 아파트만 남겨 둔채 이지역을 떠났다.

플래그스태프 북동쪽에는 호피 인디언과 나바호 인디언의 보호구역이 있다.

80km만 가면 보호구역 안으로 들어가지만 지역이 워낙 넓어 방문자센터
까지는 50km를 더 가야 한다.

특히 나바호 인디언 보호구역에 위치한 모뉴먼트밸리는 서부 영화와 광고에
자주 등장하는 지형으로 플래그 북서쪽에 자리잡은 그랜드캐니언과 더불어
미국의 광대함과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준다.

애리조나에 거주하는 인디언들의 예술품과 역사를 이해하려면 플래그스태프
의 북쪽 시 경계에 자리잡은 북애리조나 박물관을 방문하면 된다.

플래그스태프 북쪽의 지형이 규모는 크지만 조금 황량한 느낌을 주는 반면
남쪽의 지형은 아기자기함과 생기를 준다.

특히 남쪽의 세도나쪽으로 32km 떨어져 있는 오크크릭(Oak Creek) 캐니언의
슬라이드록(Slide Rock)공원은 협곡 사이로 물이 흐르고 물바닥의 바위에
물의 침식작용에 의해 천연 미끄럼틀이 만들어져 있다.

곳곳에 있는 소에서는 다이빙도 가능하고 물굽이치는 곳에는 자그마한
모래사장도 있어 여름철에 강수욕하기에는 그만인 곳이다.

이밖에 플래그스태프 동쪽에는 선셋 분화구, 메테로 분화구 같은 화산
지형이 자리잡고 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인디언들이 식수문제로 플래그스태프 지역을 떠난 후 본격적으로 다시
사람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19세기이다.

1876년 독립기념일에 한 마을에서 큰 나무에 성조기를 꽂아 축하하면서
정식으로 플래그스태프라는 도시 이름이 생겨났다.

많은 포장마차들이 동부에서 캘리포니아로 가는 길에 이곳에서 바퀴를
갈아끼기 위해 정차하면서 플래그스태프는 번창했고 1920년대 동부와 서부를
잇는 루트 66(66번 국도)이 개통되면서 경제적 기반을 확고하게 다졌다.

국립 랜드마크(Landmark)로 지정되어 있는 산타페 철도역 건물과 더불어
루트66의 표지판은 영화에서나 보던 20세기 초반의 미국을 직접 느끼게 한다.

현재 인구가 4만5,000명에 불과하여 전형적인 미국 소도시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플래그스태프의 매력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북애리조나 대학교의 학생수가 2만명이나 되어 상당히 젊은 도시중
의 하나이다.

이런 이유로 여름에는 마운틴 바이크, 겨울에는 스키를 쉽게 즐길 수 있다.

강문근 ( 여행가 )

< 여행정보 >

로스앤젤레스에서 플래그스태프까지는 그레이하운드(12시간)와 암트랙
(11시간)으로 연결된다.

라스베이거스에서 플래그스태프까지는 그레이하운드로 6시간 정도 소요된다.

플래그스태프에서 그랜드캐니언까지는 2시간 걸리며 나바호피 버스를 이용
할 수 있다.

나바호피 버스에서는 플래그스태프 주변의 여러 볼거리에 대해 일일 투어를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가장 잘 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렌터카이다.

숙박은 최고급 호텔에서 유스호스텔까지 종류가 다양하며 교통의 요지답게
모텔이 상당히 많다.

시내 구경은 역시 나바호피 버스에서 운행하는 트로리 버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