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스크린세이버(화면보호기)의 보물창고로 떠오르고 있다.

스크린세이버는 모니터를 보호하고 작업중이던 화면을 가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PC의 전원을 끄지 않고 일정시간 사용하지 않게 되면 붕어가 떠다니거나
우주공간을 상징하는 그래픽으로 치장한 화면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스크린
세이버이다.

스크린세이버가 인터넷에 몰려들게 된 것은 인터넷이 소프트웨어의
중간유통을 없애면서 생산자와 판매자가 동일시되고 있기 때문.

대부분 공짜이지만 상용 스크린세이버의 경우 CD롬으로 제공돼왔기
때문에 유통비가 만만치 않았다.

전세계를 단일 유통권으로 묶는 인터넷이 이 문제를 해결해준 셈이다.

특히 스크린세이버가 신광고매체로 급부상하면서 인터넷에서는 광고성
스크린세이버가 늘고 있다.

스크린세이버는 무료로 공급되는게 많지만 광고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이미지를 스크린세이버로 만들어 파는 경우도 늘고
있다.

코카콜라의 병마개를 따는 모습의 스크린세이버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 프로그램은 마개를 딸때 나는 소리까지도 재현해낸다.

"당신의 고객이 PC 앞에 앉을때 당신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인터넷의 스크린세이버판매 사이트 곳곳에서 볼수 있다.

뉴스성 스크린세이버도 인기 제품중 하나.

PCN이 대표적으로 증권 등 원하는 뉴스를 선택하면 스크린세이버 형태로도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제이씨현시스템이 10월께 이같은 뉴스성 스크린세이버를 내놓을
목표로 마무리 개발중이다.

인기를 끈 영화의 장면을 담은 스크린세이버도 있다.

국내에서 상영되기도 했던 "스타트렉"을 주제로한 스크린세이버는 영화
장면은 물론 퀴즈까지 즐길 수 있도록 제작됐다.

3차원화면과 음악이 흘러나오는 스크린세이버도있다.

클래시어포인트소프트웨어사는 가상현실환경의 스크린세이버를 공급하고
있고 소니사는 뮤직비디오와 같은 스크린세이버를 인터넷에 올려놓고 있다.

선물용 스크린세이버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자신의 사진을 보내면 이를 스크린세이버로 만들어 친지에게 보내주는
서비스업체도 생겨나고 있는 것.

사무실책상위에 올려놓은 가족사진틀의 역할을 스크린세이버가 대신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인 7월4일을 경축하는 불꽃놀이 스크린세이버처럼
애국심을 고취하는 제품이 있는가 하면 자연환경보호를 소재로 한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네티즌들이 취미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사냥 스포츠 게임 카약 등의
장면을 담은 스크린세이버들도 나와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피카소와 같은 유명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한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인체공학적인 스크린세이버도 등장, 눈길을 끈다.

어고노믹비주얼소프트웨어사가 내놓은 스크린세이버는 볼수록 눈의
피로감을 덜해준다는게 회사측의 설명.

스크린세이버가 급증하면서 이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사이트도 생겨나고
있다.

스크린세이버스보난자사가 주인공.

이 회사 홈페이지(http://www.bonanzas.com)에 가면 윈도95용과 매킨토시용
등 다양한 스크린세이버를 맛볼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의 스크린세이버창고에는 좋은 것만 있는게 아니다.

상업주의의 물결 탓에 이곳에도 성인용 음란물이 판을 치고 있는 것.

프라이드세이버사는 게이와 레즈비언들을 위한 스크린세이버를 공급하고
있다.

< 오광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