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미국인들에게 국산품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국산품애용추진법안
(Made in American 800 Bill)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미국 공정거래위가 제조 장소 제조자 품질등을 면밀히 검토,
미국산품으로 규정한 상품에대한 정보를 상무성에서 무료로 제공하는등
애국심에 호소, 미국상품 판매를 늘려 나가려는 내용이다.

미국내에서 생산된 물건이라도 수입부품 비율이 일정비율이상이면 "Made in
U.S.A" 라벨을 붙일 수 없도록 하는 등의 규정도 포함하고 있다.

이같은 미국 하원의 움직임에 대한 평가는 여러가지로 나올 수 있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시장을 개방하라는 압력을 끝없이 강화하고 있으면서,
그럴 수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올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비판적 시각으로 미국의회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

미하원의 국산품애용법안통과는 소득이 늘고 시대가 달라져도 나라경제의
본질은 달라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점에서 되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

나라경제에 대한 사랑은 거창한 것만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만든 물건을 우리가 애용하는 것이 나라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더욱 그렇다.

지난 11일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올들어 7월말까지 한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자동차는 작년 같은기간보다 78%, 화장품은 48.4%, 의류는 45.7%, 담배는
10.4% 늘었다고 보도했다.

또 한국정부의 시장개방조치이후 미국산 냉장고 청바지 식품등 소비재수입이
증가세를 기록, 90년 57억달러에서 95년 122억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올들어서도 이같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같은 월스트리트저널보도는 따지고 보면 이미 뉴스도 아니다.

얼마전 프랑스정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작년중 프랑스의 고급소비재
대한수출은 70%가 늘었다.

프랑스산 고급와인 스코트랜드산 고급위스키등 비싼 소비재의 손꼽히는
시장이 한국이라는 것은 이미 수도없이 보도된 내용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오늘과 같은 이른바 "국경없는 교역의 시대"에 소비재를 전량
자급자족하겠다는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질과 가격을 따져 외제가 월등하다면 소비자가 이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
하다.

그러나 지금 나타나고 있는 소비행태는 그런 차원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는 점에서 심각하다.

동일한 디자인 똑같은 원단의 옷도 싼 가격의 재래시장 것보다 비싼
백화점 것이 더 잘팔리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고, 터무니없이 비싼
"외국에서 만든 외제상표"라야 팔리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경제교육연구소의 소비자의식조사에 따르면 브랜드를 보고 산다는
소비자가 97%다.

이런 유명브랜드선호에 외제품의 높은 마진까지 겹쳐 국내소비재시장은
이제 외제품시장화하고 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국내메이커가 설 땅이 있을리 없다.

고금리 고임금 고지가등 기업경영여건과는 또다른 차원에서 제조업체들을
피말리게 하는 것이 터무니없는 외제선호고, 잘못된 소비자의식이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3배나 되는 미국에서 일고 있는 국산품애용운동, 우리
모두 생각하는 바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경제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볼때 더욱 그렇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