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는 종합주가지수 800선을 전후한 박스권에서 지리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한때 심리적 지지선인 800선을 깨고 투매현상까지 빚었던 폭락사태는 진정
됐지만 지수 820~840선의 두터운 매물벽을 뚫고 지수상승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인 것같다.

다음달인 10월부터 외국인 주식투자한도확대가 시행되기 때문에 주가상승을
전망하는 시각도 있지만 주식공급초과로 주식수급의 불균형이 심화된 상태
에서 투자한도확대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다수의견이다.

그러므로 증권당국은 공기업민영화를 연기하고 기업공개요건을 강화하는
등 공급물량축소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공급물량축소등 공기업민영화의 부진, 공개 또는 유상증자 등 직접
금융을 통한 기업자금조달 위축, 기업공개허용여부를 둘러싼 비리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기업공개 등은 원칙적으로 시장자율에 맡기고 수요확대에 주력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이라고 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주식수요확대는 배당수익을 기대하고 주식을 장기간 보유
하는 주식투자를 뜻한다.

선진국에서는 일반투자자들이 "뮤철펀드(Mutual Fund)"에 가입해 자금을
대고 우량주식을 매입해 배당소득을 얻는 간접투자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에비해 우리의 경우는 배당수익률이 매우 낮아 배당소득을 노리는 주식
투자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시세차익에 집착하는 현실이다.

그러므로 주식보유기간이 짧고 조그마한 시세변동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증시불안의 원인이 되고있다.

게다가 주식매매수수료에 경영을 의존하는 증권사들이 단기매매를 부채질
하는 경향이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고보니 주식투자에서 큰 손해를 보기 쉬우며 그결과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를 떠나고 기관투자가들은 거액의 주식투자평가손실 때문에
운신의 폭이 매우 좁은 형편이다.

따라서 증권당국은 시가배당제도를 도입하고 기존주주들이 유상증자때
시가보다 값싸게 신주를 배정받을수 있도록 시가할인률을 확대해야 한다.

액면가배당을 하게한 취지는 기업이윤의 내부유보를 촉진하려는 뜻이었고
시가할인률을 축소한 것은 기존 대주주가 유상증자의 이익을 독점하지
못하게 막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국내증시규모가 크게 성장했고 OECD가입으로 금융시장개방이 확대
되면 자본시장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인데 언제까지나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발상을 고집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자율증시의 추세에 맞춰 기업공개 등을 자율화한 만큼 주식수요확대도
자율적으로 이뤄지게 해야 할것이다.

다만 신용거래확대로 가수요가 커지는 것은 오히려 주식수급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음으로 신중해야 한다.

"우선 먹기는 곳감이 달다"고 주가폭락을 막기에 급급한 나머지 2부종목의
신용거래가 허용됐지만 배당소득이 아니라 시세차익을 노린 단기투자인 만큼
자칫하면 투매현상을 빚기 쉽기 때문이다.

경제위기론이 팽배한 지금 주가회복이나 증시활황을 바라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마냥 팔장끼고 방관만 할수는 없다.

그래서 시가배당제도입과 시가할인율확대등 투자가들의 해묵은 요구의
실현을 서둘러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