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벽을 깨자] (6) 제1부 <5> 퇴직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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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상공회의소는 최근 한국정부에 근로자위주의 노동관계법을 대폭
개정할 것을 건의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퇴직금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 현행 퇴직금
의무지급 규정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임의 규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주제넘는 참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행 퇴직금 제도하에선 국내 들어와 있는
미국기업들이 보따리를 싸야 할 판이라고 말한다.
사실 한국기업은 퇴직금으로 인해 경영압박을 많이 받는다.
''퇴직금 도산'' 기업이 생겨날 정도다.
예컨대 A증권회사의 올해 퇴직금급여충당금은 전체 임금 5백40억원의
32.4%인 1백75억원이나 된다.
이 회사는 20년차 부장의 경우 급여의 50%를 적립해야 한다고 한다.
퇴직금이 이렇게 쌓이니 ''보상금''까지 주며 미리 퇴직시켜도 남는 장사가
된다.
선경인더스트리가 한꺼번에 총 1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명예퇴직을
시키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퇴직금 문제는 거기서만 끝나는게 아니다.
업종간 격차가 심한 것도 문제다.
올해초 A은행을 명예퇴직한 L씨(56)가 3억원을 손에 쥐었는가 하면
D자동차의 18년차 부장은 지난달 6천만원의 퇴직금을 받을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
같은 그룹내 계열사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제조업체에서 18년차 부장으로 퇴직하면서 7천만원을 받고
계열증권사로 옮겼으나 이 증권사의 17년차 차장은 2억5천만원의 명예
퇴직금을 받았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S증권사 이사)
이같은 업종간 퇴직금 격차를 낳는 이유는 누진세를 적용하느냐의 여부에
있다.
"주인"이 없는 곳이 많은데다 수익성도 높은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퇴직금이 훨씬 많다.
금융기관중 ''임금 등에서 중간수준''인 증권사는 대체로 근속연수 5~15년차
의 경우 1년 근속때 2개월분, 15년~20년차는 3개월분, 20년차 이상은
4개월분 월급을 퇴직금으로 쌓을 정도다.
일반제조업체들이 대개 법정기준인 근속연수 1년에 1개월치 월급을
적립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부담임에 틀림없다.
일반기업들도 ''퇴직금 압박''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3년전만 해도 퇴직급여충당금으로 월평균 급여의 10%를 적립했지만
지금은 18%로 올랐다" (D사 급여후생과장)
누진제가 없더라도 10년차 근로자의 통상임금이 10% 오르면 퇴직금을
포함한 인건비 추가부담율은 18.3%로 치솟는다.
법정퇴직금 규정이 마련된 것은 지난 61년.
사회보장제도가 전무했던만큼 기업이 퇴직자의 노후를 상당부분
책임져야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퇴직금 누진제는 또 고도성장기간 동안 장기근속을 통한 근로자의
헌신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로 인해 사회발전을 가속화 한 공로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보험 국민연금이 실시되는 등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사회보장제도의 기초가 마련되 있다.
경제상황은 저성장.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해 있다.
한마디로 한국기업의 퇴직금제도는 오늘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35년전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 구시대의 유물이 한국기업에선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지 "노동했던 대가"
까지 부담할 수는 없다" (창원C사 H공장장)는 인식이 팽배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불합리한 "퇴직금 쌓기"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결국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이다.
"누구는 촉탁제 또는 연봉 조건으로 근무하는데 누구는 퇴직금까지 받아
가면서 일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S그룹 이사)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늦었다 싶더라도 제대로 바꾸는게 그나마 상책이라는
데는 퇴직금도 예외가 아니다" (S그룹 L상무)
"더이상 꾸물대면 "조기퇴직 압력 강화" "임시적으로의 신규취직 보편화"
라는 부메랑이 날아오는 것도 시간 문제다.
수수방관은 대안이 아니다" (L그룹 K상무)
문제는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다.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으나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사가 기업실정에 따라 퇴직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임의퇴직금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규채용자부터 능력에 따라 퇴직금을 차등적으로 받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H사 C이사)
정부가 할 일은 또하나 있다.
"임의 퇴직금 제도로 개선하면서 노후최저생계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제고해 줘야 한다"(정인수 노동연구원연구위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낮은 수익율에 불안해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 정리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
개정할 것을 건의했다.
그중 특히 눈길을 끈 것은 퇴직금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 현행 퇴직금
의무지급 규정을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임의 규정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현행 퇴직금 제도하에선 국내 들어와 있는
미국기업들이 보따리를 싸야 할 판이라고 말한다.
사실 한국기업은 퇴직금으로 인해 경영압박을 많이 받는다.
예컨대 A증권회사의 올해 퇴직금급여충당금은 전체 임금 5백40억원의
32.4%인 1백75억원이나 된다.
이 회사는 20년차 부장의 경우 급여의 50%를 적립해야 한다고 한다.
된다.
선경인더스트리가 한꺼번에 총 1천억원이나 되는 돈을 들여 명예퇴직을
시키는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퇴직금 문제는 거기서만 끝나는게 아니다.
올해초 A은행을 명예퇴직한 L씨(56)가 3억원을 손에 쥐었는가 하면
D자동차의 18년차 부장은 지난달 6천만원의 퇴직금을 받을 정도로 격차가
심하다.
같은 그룹내 계열사라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제조업체에서 18년차 부장으로 퇴직하면서 7천만원을 받고
계열증권사로 옮겼으나 이 증권사의 17년차 차장은 2억5천만원의 명예
퇴직금을 받았다.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S증권사 이사)
이같은 업종간 퇴직금 격차를 낳는 이유는 누진세를 적용하느냐의 여부에
있다.
"주인"이 없는 곳이 많은데다 수익성도 높은 금융기관들은 대부분
누진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기관의 퇴직금이 훨씬 많다.
금융기관중 ''임금 등에서 중간수준''인 증권사는 대체로 근속연수 5~15년차
의 경우 1년 근속때 2개월분, 15년~20년차는 3개월분, 20년차 이상은
4개월분 월급을 퇴직금으로 쌓을 정도다.
일반제조업체들이 대개 법정기준인 근속연수 1년에 1개월치 월급을
적립하는 것에 비하면 엄청난 부담임에 틀림없다.
일반기업들도 ''퇴직금 압박''이 만만치 않다고 호소한다.
"3년전만 해도 퇴직급여충당금으로 월평균 급여의 10%를 적립했지만
지금은 18%로 올랐다" (D사 급여후생과장)
누진제가 없더라도 10년차 근로자의 통상임금이 10% 오르면 퇴직금을
포함한 인건비 추가부담율은 18.3%로 치솟는다.
법정퇴직금 규정이 마련된 것은 지난 61년.
사회보장제도가 전무했던만큼 기업이 퇴직자의 노후를 상당부분
책임져야한다는 취지를 담은 것이다.
퇴직금 누진제는 또 고도성장기간 동안 장기근속을 통한 근로자의
헌신을 유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 제도로 인해 사회발전을 가속화 한 공로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고용보험 국민연금이 실시되는 등 완전하다고는 볼 수
없으나 사회보장제도의 기초가 마련되 있다.
경제상황은 저성장.무한경쟁체제에 돌입해 있다.
한마디로 한국기업의 퇴직금제도는 오늘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35년전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 구시대의 유물이 한국기업에선 요지부동이다.
그래서 "노동의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기업의 책임이지 "노동했던 대가"
까지 부담할 수는 없다" (창원C사 H공장장)는 인식이 팽배해가고 있는데도
말이다.
더 큰 문제는 불합리한 "퇴직금 쌓기"가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결국
마이너스가 된다는 점이다.
"누구는 촉탁제 또는 연봉 조건으로 근무하는데 누구는 퇴직금까지 받아
가면서 일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S그룹 이사)하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늦었다 싶더라도 제대로 바꾸는게 그나마 상책이라는
데는 퇴직금도 예외가 아니다" (S그룹 L상무)
"더이상 꾸물대면 "조기퇴직 압력 강화" "임시적으로의 신규취직 보편화"
라는 부메랑이 날아오는 것도 시간 문제다.
수수방관은 대안이 아니다" (L그룹 K상무)
문제는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다.
여러가지 아이디어들이 나오고 있으나 근로자들의 기득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사가 기업실정에 따라 퇴직금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임의퇴직금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신규채용자부터 능력에 따라 퇴직금을 차등적으로 받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H사 C이사)
정부가 할 일은 또하나 있다.
"임의 퇴직금 제도로 개선하면서 노후최저생계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제고해 줘야 한다"(정인수 노동연구원연구위원)는
것이다.
국민연금의 낮은 수익율에 불안해하는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 정리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