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사람들을 이끌면서 세계를 누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해외여행이 보편화되면서 여행을 직업으로 삼는
"투어 컨덕터(Tour Conductor)"가 인기를 끌고 있다.

배낭여행이나 패키지여행을 통해 투어컨덕터를 접해봤다면 그 화려함에
일단 푹 빠져버리게 된다.

여행해서 즐겁고 돈벌어서 좋고 남들로부터 대접받아서 뿌듯한 환상의
직업이라는게 첫 느낌.

그러나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되면 여기야말로 전문성을 요구하는 프로의
세계라는걸 알게 된다.

투어컨덕터는 여행객들을 인솔해 출입국 수속에서 숙박및 관광일정을
진행하고 관리하는 여행책임자다.

한마디로 여행의 모든 것을 이끄는 지휘자(컨덕터)이다.

패키지나 연수교육 등 목적에 따라 여행팀이 구성되면 투어컨덕터는
명단을 미리 받아 여행계획을 세운다.

출발전 미팅을 갖거나 연락을 통해 여행지의 특성과 주의사항 준비물
등을 상세히 알려준다.

공항에서부터는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끄는 대표가 된다.

출국카드 작성에서 입출국 수속및 비행기 탑승, 현지 숙박 등 모든 면에서
팀을 이끈다.

관광및 이동은 현지가이드와 상의해서 진행하게 되며 여행객들의 요구에
따라 일정을 조정하는 역할도 맡는다.

여행 가이드와 다른 점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과 함께 한다는 것.

가이드가 관광지 등을 안내하는 현지인(동포)이라면 투어컨덕터는 여행팀을
이끌고 나갔다가 들어오는 전과정을 안내해주는 서비스직이다.

이들이 독자적인 직업으로 자리잡은 것은 대체로 93년께.

과거에는 에스코트라고 해서 여행사 직원들이 일반업무와 병행해서 해왔다.

그러나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사람이 모자라면서 전문직으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2,000명 정도가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식 여행사 직원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프리랜서로 뛰고 있다.

투어컨덕터가 갖는 직업으로서의 장점은 무엇보다 해외여행을 마음껏
할수 있다는 것.

바깥 세계를 보고싶다는 열망은 누구나 공통이겠지만 시간과 경비를
해결하기에는 벅찬게 사실.

하지만 투어컨덕터는 "여행하는 일"을 돈 벌며 한다.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이란 것도 신세대들이 선호하는 이유.

여행을 떠나게 되면 고객들의 모든 일정, 심지어 건강까지 세심하게
체크해야 하지만 일이 없을 때는 자신의 시간을 가질수 있다.

능력에 따라 성과급을 받는다는 점도 모험정신이 투철하고 자유분방한
젊은이들을 투어컨덕터로 만들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를 경험할수 있다는 매력도 무시못한다.

투어컨덕터 전문용역업체인 P&P사의 이영숙실장(31)은 "증권사 은행
대기업 등에 근무하던 엘리트들도 직장을 그만두고 찾아온다.

즐기면서 일하고 비교적 자유롭다는게 신세대 젊은이들이 찾는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그러나 몇번 여행을 해보고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여러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비교적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관광다니는게 아니라 일하는 것이어서 서비스정신이 철저해야 한다.

리더로서의 책임감도 있어야 하고 틈틈이 재교육받는 등 나름대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힘든 여행을 지속할만한 체력도 없어서는 안된다.

아무 생각없이 "바깥으로 나간다"는데 들떠 달려들다가는 본인은 물론
여행객들에게 괴로움만 주게된다.

투어컨덕터는 직업의식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한 전문직이다.

화려해 보이는 만큼 책임이 뒤따른다.

고객들이 여행을 제대로 하느냐 못하느냐는 투어컨덕터에 달려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특정 테마나 지역을 답사하는 테마여행이 발달하고 있는 만큼 투어컨덕터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해외로 나갈 기회가 더욱 많아져 "세계화의 용병"으로서 할일이 더욱
늘어난다는 얘기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