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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원장 이영선 교수)은 14일 서울 힐튼호텔에서
''사회주의국가의 체제전환과 북한의 경제개혁(The System Transformation
of Transition Economics Europe, Asia, and North Korea)이라는 주제 아래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하였다.

다음은 이 학술회의에서 발표된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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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주의 개혁이 준 교훈 ]]

이두원 < 연세대 교수/경제학 >

현재 과거 중앙집권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체제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소위 "이행경제"는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약 30여개국에
달하는 실정이다.

이들 이행경제는 성공적인 체제전환을 위하여 가격 자유화, 사유화,
대외무역 자유화, 그리고 시장기구의 설립 등 개혁정책을 수행하여야 하며
각 이행경제는 이러한 개혁의 실시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러한 개혁을 실시하는 데에는 크게 두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그 하나는 중국식의 점진적이고 부분적인 방법이며 또 하나는 동구의
체코나 폴란드식의 급진적이고 전면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양자중 어느 방법이 더 우월하냐의 판단은 현재 개혁이 진행중이며 각기
장단점이 있다는 점에서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볼수 있으나 각 이행경제가
왜 각기 다른 유형의 개혁을 택하게 되었는지의 원인을 분석해 보는 작업은
앞으로 북한의 경제개혁을 유추하는데 꼭 필요한 작업이 될 것이다.

북한보다 앞서 개혁을 시작한 사회주의 경제의 선례로 볼 때 개혁을
시작할 당시의 정치.경제적 초기조건이 개혁의 유형을 결정짓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정치적으로 기존 정권이 유지되고 있었으며 군부나 관료 등 기득권층의
이해를 무시할 수 없었던 중국은 기존의 사회주의경제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민간부문의 양성을 점진적으로 시도하는 부분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정치적으로 이미 새로운 정권 아래 기득권층의 이해가 적었던 동구의
경우 보다 급진적인 개혁을 실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요인 못지 않게 개혁의 유형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은
그 나라의 경제구조와 경제의 발달 정도이다.

개혁을 시작할 당시 전체인구의 70% 이상이 농민이었던 중국은 농촌의
만연된 유휴노동력의 활용으로 기존 국영기업을 유지시킨 채 새로운 민간
부문을 형성시킬 수 있었으나 농촌인구가 전체의 20% 수준이었던 동구의
경우 이러한 유휴노동력이 존재치 않았다.

또한 고도로 산업화된 동구는 각 산업간에 연계성이 높았으며 이러한 높은
연계성으로 인하여 어느 한 부문만을 시장경제로 개혁한 채 다른 부문을
기존 사회주의체제로 남겨 놓는 식의 부분적인 개혁은 처음부터 그 효과를
거둘수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각국의 경험에서 유추하여 볼 때 북한의 경우 기존정권의 최대
관심이 정권유지일 것이라는 가정 아래 북한개혁의 초기형태는 중국식의
부분적이고 점진적인 유형이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이 수행하고 있는 나진.선봉의 선별적 개방과 일부 개인 상행위의
허용 등은 바로 이러한 개혁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상대적으로 높은 산업화 수준과 북한정권의 중앙집권적인
의사결정구조, 그리고 남한을 위시한 외부로부터의 도움 가능성 등의 요인
으로 인하여 일단 개혁.개방이 어느정도 수준으로 진행될 경우 그 파급속도
는 중국에 비하여 훨씬 빠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다.

북한이 현재의 경제난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에서 찾아 가까운
시일내에 개혁과 개방을 추진할 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할 수 있겠다.

먼저 초기조건이 개혁의 유형을 결정지을 것이나 개혁의 성공은 국가독점의
폐지와 경쟁을 촉진시키는 올바른 정책의 선택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하여 농촌부문에서의 민간생산과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같은 개혁정책은 일관성과 각 조치 사이의 상호보완성이 유지되어야
하며 불가피하게 맞이하게 될 개혁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이와같은 일관성을
상실치 말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릴수 있는 것은 결국 북한의 지도층밖에는 없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개혁비용이 가중되리라는 인식 아래 북한은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용기로 다른 사회주의경제의 개혁에 동참하기를 권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