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경제의 앞날에 대한 위기의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측에서는
내년 하반기 이후 경제사정이 호전되리라고 믿고 있다.

고비용-저효율 문제는 쉽게 고쳐지지 않겠지만 경기순환상 바닥점을
지나 상승국면에 들어서지 않겠느냐는 전망인듯 하다.

이같이 낙관적인 전망은 과연 근거가 있는 얘기인가, 그러면 경제정책은
어떤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인가.

내년 경제사정호전의 첫번째 근거는 일본 유럽 러시아 등의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세계경제가 올해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리라는 전망이다.

무역의존도가 높고 수출이 경제성장의 견인차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
처지에서는 세계경제의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와튼경제연구소(WEFA)등의 전망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세계경제의 높은 성장이 우리경제에 어떻게 연결될 것이냐는
점이다.

일단은 수출여건이 호전되겠지만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주력수출품의
수급사정, 가격동향 등은 업종에 따라 다소 엇갈리고 있다.

우선 반도체 철강 조선 등은 수출물량의 증가와 완만한 가격회복으로
적어도 올해보다는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석유화학 공작기계 등은 올해보다 수출이 줄거나
시장전망이 불투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결과 내년도 연간성장률은 6.0~6.6%에 머물 것이며 경상수지 적자는
올해보다 20억~40억달러정도 축소될 것으로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예측하고
있다.

경기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국내물가는 연간 4.5% 안팎의 상승에 그칠
것이며 수출회복및 재고정리에 따른 운전자금수요감소로 국내금리도 안정될
것으로 관측한다.

이같은 전망대로만 된다면 확실히 나쁜 것은 아니다.

6.5% 안팎의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과 엇비슷 한 수준으로서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결코 나쁘다고 할수 없다.

국제수지와 물가가 개선되고 금리도 하향안정된다니 더욱 다행이다.

그러나 이처럼 경제사정이 호전되려면 몇가지 중요한 대목이 순조롭게
풀려야 한다.

우선 수출이 회복되고, 특히 주력수출품의 시장상황이 호전돼야 한다.

그래야 경상수지적자가 축소되고 대기업의 자금사정이 풀리면서
시중금리도 안정될수 있다.

하지만 수출여건이 호전된다 해도 우리제품의 국제경쟁력이 떨어지면
우리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

이점과 관련해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환율이다.

올해말까지 엔저현상이 완화되면 약 6개월의 시차가 지난 내년 하반기부터
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있으나 낙관은 어렵다.

그보다는 임금 땅값 금리 물류비용 등의 원가부담을 낮추는 근본대책이
앞서야 할것이다.

설사 내년 하반기부터 경기회복이 시작된다 해도 내년 상반기까지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느냐에 따라 향후의 경기회복
국면이 달라질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밝은 세계경제전망에 기대를 거는 대신 우리경제의
체질개선노력을 꾸준히 밀고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