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일본과 치열한 선박 수주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포철이 선박
건조의 주원료인 후판을 국내 조선사보다 싸게 일본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어 한국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일본 철강사들이 지난 3~4년간 자국 조선사들을 위해 후판가격을
인하하고 있는데 반해 김만제회장 취임 이후 "고객만족 경영"을 강조해온
포철은 국내업체들에 오히려 후판 값을 올려받는 실정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포철은 올 3.4분기 들어 일본 조선업체들에 후판을
t당 3백81달러에 수출하고 있다.

이는 포철의 후판 내수공급가 t당 3백94달러보다 13달러나 싼 것.

이는 3.4분기 들어 포철이 후판의 수출가격과 내수가를 일부 조정함에
따라 그나마 격차가 줄어든 것이다.

이전엔 가격차이가 더 컸다.

실제로 지난 1.4분기와 2.4분기중 포철의 일본 수출가는 t당 3백67달러로
내수가(4백10달러)보다 43달러나 쌌다.

이에 따라 조선업체들은 최근 박재윤통상산업부장관과의 간담회에서 국내
조선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포철의 후판가격 인하가 시급하다고
비공식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쟁국인 일본 철강사들은 지난 93년이후 매년 후판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포철은 반대로 값을 올리고 있다.

일본 철강사들은 지난 93년 t당 6만3천엔에 달하던 후판값을 올들어
4만9천엔으로 20%이상 내렸다.

그러나 포철은 내수가격을 t당 4백2달러로 오히려 10% 가까이 인상했다.

이로인해 외형상 가격차이에도 불구,포철의 후판값은 일본산보다 결코
싸지 않다고 조선업계는 지적했다.

금년 3.4분기의 경우 포철의 후판값은 t당3백94달러로 일본업체들의
4백25달러보다 31달러 낮지만 규격이나 재질 맞추기등 부가비용을 포함하면
포철과 일본산(AH36기준)은 각각 t당 5백7달러와 5백8달러로 거의 같다는
것.

국내 조선사들은 이같이 포철의 후판가격 때문에 가격경쟁력에서 일본에
밀리고 있지만 공개적으론 후판값 인하를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강판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포철의 "심기"를 자칫 건드렸다
가는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한 대기업이 포철 제품의 품질 문제를 들어
일부 철강제품을 외국에서 수입할 의사를 비치자 포철은 이 회사에 철강재
공급을 중단하겠다는등 온갖 압력을 가해 계획 자체를 포기시켰다"며
"김만제회장은 고객우선 경영을 강조하고 있지만 포철 직원들의 체질 자체가
변하지 않고 있는데 공공연히 가격인하를 요청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지난 상반기중 포철로부터 열연코일을 공급받아 가공하는 연합철강
동부제강등 냉연업체들은 대부분 순이익이 절반이상 줄어든데 반해 포철은
4조1천7백40억원 매출에 3천8백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남겨 순이익 증가율이
16.4%에 달했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