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진로그룹종합연구실 생물공학팀 최규환박사(36)가 용인의 자취방에서 혼자
눈뜨는 시간은 늘 어김없다.

소령계급장의 간호장교인 부인과 두아이는 포천집에서 잠에 취해 있을
시간.

공휴일에만 만나는 아이들에게는 항상 미안하지만 상념에 빠질 틈은 없다.

정확히 오전7시면 찾아오는 "칸트 아빠"를 밤새 기다렸던 또다른 아이들을
살피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실험실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세포배양실에서 자라고 있는 각종
식물체들.

전남 함평에서 농사꾼의 아들로 자라면서 키워온 꿈을 실현시켜줄
주인공들이다.

그의 꿈은 "병에 걸린 식물을 치료하고 나아가 병에 걸리지 않는 식물을
만들수는 없을까"라는 것.

범위를 좁혀보면 식물들을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와 씨름하는 일이다.

그는 이 씨름경기에서 이미 "결승전"에 올라있다.

샅바는 울릉도 자생식물인 "섬자리공"이다.

지난 93년 이 식물에서 바이러스증식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현하는
유전자를 분리하는데 성공,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등지
에서 특허를 따냈다.

미국에서는 출원 8개월만에 특허를 따낼 정도로 주목받았다.

지금은 이를 기초로한 응용물질의 사업화연구를 진행중이다.

첫째는 식물바이러스방제를 위한 생물농약.

지난해 독성시험까지 마쳤으며 전진산업과 공동으로 98년2월중에는 제품화
해 내놓을 계획이다.

이는 바이러스나 식물의 종류를 불문하고 뿌려 주기만 하면 식물바이러스
질병을 치료할수 있는 제품이다.

둘째는 아예 바이러스질병에 걸리지 않는 식물을 만드는 일이다.

특히 식용식물에 주목하고 있다.

바이러스성 질병에 많이 걸리는 감자와 담배를 시작으로 호박 참외 수박
등으로 가짓수를 늘릴 예정이다.

사람이 먹는 것이 주종이라 안전성관련 시험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99년
께는 종자를 대량 생산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가 무엇보다 기대하고 있는 것은 세번째 목표이다.

HIV바이러스로 인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치료제 개발로 서울대팀과
94년부터 공동연구하고 있다.

오는 2002년을 치료제 개발시점으로 잡고 현재 전임상시험을 진행중이다.

그가 세운 단계별목표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좁게는 진로그룹의 사세를
키우고 넓게는 우리나라 농촌경제의 경쟁력과 나라전체의 위상을 높일게
틀림없다.

"보다 넓은 세상과 경쟁해 우뚝 선다"는 자신과의 약속에서도 그렇다.

"연구를 하면서 한눈팔사이는 없지만 스스로 시야를 좁혀서는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세상모두와 경쟁해 이길수 있는 목표를 설정하고 매진하는
자세가 필요하지요"

그는 또 "독창성만이 오랜 연구의 승리를 보장해 준다"며 "이를 가장
손쉽게 확보할수 있는 방안의 하나인 우리고유의 소재발굴에 좀더 많은 힘을
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김재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