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량경영에 돌입한 대기업들이 한계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일의 전구용 유리벌브 생산업체인 한국유리가
감량경영의 일환으로 채산성이 없는 전구용 유리벌브 생산을 전면 중단
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중소 조명기기업체들의 생산 및 수출에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유리는 최근 불경기를 맞아 인원을 5백명이나 줄인데 이어 유리벌브
생산중단결정을 내렸다.

국내 전구용 유리벌브 수요량의 1백%를 공급해온 한국유리는 지난해
전구용 유리벌브 부문의 총매출액이 48억원이었으나 적자가 20억원이나 돼
더 이상 생산을 계속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50여개에 달하는 국내 조명기기업체들은 한국유리가 전구용
유리벌브 공급을 중단하면 영국 등지에서 전량 수입할 수 밖에 없어 원가
부담이 커지는데다 다품종 주문형 생산이 불가능해 생산을 사실상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에 대책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통산부는 조명기기 부문의 올해 수출목표액은 1억7천만달러에 달하지만
지난 5월부터 시작된 한국유리 일부 라인의 생산중단으로 수출목표를 달성
하는데 상당한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통산부는 이에 따라 한국유리에 전등용 유리벌브 사업을 계속하도록
요청하는 한편 수입 전구용 유리벌브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재정경제원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