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진 < 리엔지니어링 대표 >

경상적자와 무역적자의 증대로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고 아우성이다.

관변 경제전문가들의 현 우리경제 위기처방에 대한 제언을 보면 느끼는
일이 많다.

경상적자의 해결 처방이 고작 고비용과 저효율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고비용과 저효율이 어째서 생겨났나 하는 원인과 결과에 대한 해석적인
제언이 아쉽다.

더구나 정부가 발표한 고급 관료의 급여를 동결하기로 하였다는 것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얼마나 많은 급여를 그들이 받길래 하는 말이다.

국민에게 솔선수범을 보이고 싶은 것이 그들의 진의라면 고급 관료의 수와
직책을 절반으로 줄이라고 제안 하고 싶다.

재정적자와 행정처리의 저효율성에 시달리는 선진국들도 작은 정부의
실현을 위해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활용하면 부서를 줄이고 기구를 축소하는 일도 불가능하지
않다.

우리도 작은 정부를 만들어 보겠다는 목표 아래 과감히 조직과 직책을
리엔지니어링하여 제조업에서 실천하고 있는 실재를 지표로 개혁을 단행하여
집적화 한다면 경상적자와 같은 오늘의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수 있다.

그러면 21세기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될수 있다고 믿고 싶다.

고비용과 저효율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서는 우선 종래의 기능 단위의
조직을 복합기능화 하여 기구를 축소 하라.

그러면 인원의 질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수는 줄어들어 조직은 슬림화
되어 직원 일인의 능률은 배가된다.

예를들어 필자가 고문으로 있는 FANUC 의 실제를 소개하면 이 회사는 앞서
지적한 대로 기구를 다능다직형의 단위로 묶어 임원과 사원 관계없이
다능다직화로 일을 담당케 한다.

총 1,200명의 종업원이 연 2조원의 매상을 올릴 뿐만 아니라 매상에 대해
26%의 경상이익을 챙기고 있다.

이것은 바로 고비용 고효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세계 일류기업의
실상과 그의 높은 생산성을 보아야 한다.

현장의 기능직을 다능화하여 담당하던 영역을 넓혀 개인의 가동률을 높이게
하라.

관리직 또는 연구직도 일을 일괄해서 처리 할수 있게 담당제로 다능다직화
되도록 일을 시켜라.

다능화를 전제로한 조직이 짜여져 있을 땐 오늘날 주목받는 공장자동화
(FA)나 컴퓨터생산시스템(CIM)과 같은 자동화시스템을 짜는데도 아주 편하다.

FA나 CIM은 제조비와 관리비에서의 인건비 포션을 5%미만으로 제약하자는
것이 도입 목표이므로 우리가 이를 R&D 해낼수만 있으면 생산성은 비약적
으로 향상되고 고임금 저효율과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즉, 인건비를 상회하는 생산기술을 개발해 내면 되는 것이다.

세계최고의 인건비를 감당해내기 위해 개발된 무인화 생산시스템은 그의
한 예라 할수 있다.

FANUC에선 지금 72시간 무인화 생산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원래 24시간 무인화 시스템은 일인의 8시간 노동시간을 기준으로 3배의
생산성을 노린 것이었다.

그것과 비교하면 생산성은 무려 10배나 향상된 것이다.

이와같이 생산성은 기술혁신의 질에 따라 무한으로 신장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21세기는 단품주문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런 근거를 가지고 하는
이야기이다.

다만 지금껏 벤도의 말을 믿고 의지해온 우리식 설비투자는 지양하여야
한다.

일본의 제조업들이 어떻게 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질수 있었나를 우리는
배워야 한다.

리엔지니어링의 본가에서 실질적인 기업혁신을 배운다고 그 야단을 치며
미국 보스턴까지 멀리 갈 것이 아니라 이웃 일본을 배우면 된다.

이 기회에 우리는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설비 자동화를 한다는 것은 제조경쟁에서 이기자는 것이지 설비와 운영의
편리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역적자의 주범을 반도체집의 하락에 돌리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반도체의 불황은 국제적인 것으로 그래도 경쟁력을 가진 우량기업은 이익을
챙기고 있고, 이와같은 기업을 육성해 놓은 나라는 여전히 경상이익을
챙긴다.

선형적인 경기전망과 안이한 생각으로 그 많은 종류 가운데 메모리소자에만
안주해온 기업의 경영전략에 문제는 있으나, 정부의 지도에도 문제가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오늘날의 반도체 메모리는 제조기술만 있으면 생산해
낼수 있다.

이론적인 문제는 거의 해결되어 있고,문제는 제조기술이 이를 뒤따르지
못하는데 있다.

제조 장비를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일본은 반도체값 하락으로 국가경제가
흔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반도체 메모리를 국가 수출산업의 주격으로 기대했으면 그와 평행
에서 반도체 제조장비의 국산화에도 전력을 다해야 했다.

물론 정부의 자본재 육성 계획을 몰라서가 아니다.

내용을 보는한 한일간의 현안인 임밸런스문제의 해결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과 더불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와같은 문제는 조선 자동차 철강과 같은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는
증화학공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가 어려워질때 마다 기술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었다.

그러나 정치 논리 앞에 그 우선권은 잃어버리기 일쑤였고 구호로 끝나는
일이 허다했다.

어쩌다 필요성을 통감한 정부가 새로운 연구기관을 만들면 어느새 중요한
자리는 전문성과는 관계 없는 감독관청의 퇴임 관료들로 채워진다.

전문성이 요구되는 부서에 비전문가가 획기적인 연구 비전을 내고 그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방법 제시 등의 리더십 발휘는 불가능하다.

자신도 잘 모르는 기술적인 일들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질 떨어진
연구소는 어용화되어 제 기능을 상실하게 되며 경쟁에서 뒤지게 된다.

몇달 앞을 전망하지 못하면서도 2000년대 한국경제의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한 정부의 출연연구기관이 하는 일이나, 연구과제가 끝날 무렵이면
도태돼 기술적 경제적인 관심사에서 사라져 버리는 연구과제를 국책
프로젝트로 선정하는 일들은 그 전형이라 할수 있다.

우리나라에 인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전문부서엔 전문인이 제대로 등용되는
일이 상식이 되었으면 한다.

환율에 대한 수출업체의 의견과 정부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다.

우리가 알기로는 우리경제의 목표는 선진국의 경제를 하루속히 따라잡는
것이었고, 특히 특징이 있다면 극일을 위한 캐치업형 경제를 지향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선진 서구의 경제를 따라잡는 것을 국시로 한 일본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는 한 우리경제도 과연 선진국 경제권에 들어설 수 있을까 하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캐치업형 경제를 추구하는 과정에는 큰 폭의 국제수지 흑자와 엔고
가 발생했었다.

과거 25년간 미국 달러에 대한 엔화의 환율은 1970년대의 360엔에서
오늘날의 100엔대까지 일본경제는 역사적인 의미에서 흑자와 엔고시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우리는 몇달전만해도 엔화 100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700원
내외였는데, 지금은 760원 내외로 9%나 절하되었다.

환전할 적마다 소득의 감소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수출업자들의 논리는 미국 달러에 대한 절하(약 7%정도) 효과는
제쳐놓고 그결과 생긴 원화의 일본 엔화에 대한 환율이 25%나 절상된 것만을
문제 삼아 수출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보다 원화의 절하와 같은 기초적인
요구를 한다.

캐치업형 경제의 특징을 볼때 일본은 엔고시절에도 연간 1,0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경상흑자를 기록하며 자국 화폐가치를 상승시킨 것을 볼때
우리의 수출산업의 경쟁력은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감이 든다.

수출경쟁력은 환율을 탓하고 있는한 제 체질로 다져질 수 없다.

엔고시절에 다져진 일본의 산업구조 개편의 효과를 보는한 초엔고와 같은
일은 과거지사가 된것 같다.

일본의 수출산업들은 실지로 엔고 시대에 합리화하고, 다행스럽게도 엔저가
찾아 오면서 산업은 폭발적으로 회복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의 중화학공업이 급격히 발전할 수 있었던 기반은 바로
엔고 시대의 합리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당대 처해진 환율 내에서 기업의 경쟁력을 배양 강화하는 길밖에 없다.

기업 독자적인 적응력이라 할 수 있는 합리화에 기업은 전력투구를 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날 대기업들의 감원경영을 보면서 느끼는 일이 있다.

93년 이래의 제로 성장중에서도 실업을 발생 시키지 않고 기업수익을 회복
시킨 일본기업의 노력과 집념, 내구적, 제로 성장이 돼도 도산하지 않은
헤아릴수 없는 기업의 저력과 그의 깊이와 탄력성의 소재는 우리에게 주는
좋은 교훈일 것이다.

끝으로 이런 기업들도 자국의 화폐가 평가되고 절상되어 세계 최고의 임금
체제가 되었을때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하였다.

선진국의 우량기업들의 세계화 전환 과정을 보며 우리도 국내문제, 예컨대
기술력과 경영력이 국제적인 차원으로 높아져 경쟁력이 붙었을 때 생산거점
의 해외 이전과 같은 세계화 문제도 대두 되었으면 한다.

선진국 제조업의 임금과 생산성의 현황을 볼때 아직도 우리에겐 인건비에서
여유가 있다.

다만 생산성 향상과 같은 시행방법을 잘 연구해 내고도 적당히 실행하고
마는 우리의 고질적인 병, 우리식 시행요령부터 고쳐야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