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등록 주식의 장외거래가 활발하다.

대주주와 큰 손 사이에 일어나는 대량 거래의 경우 코스닥증권을
거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코스닥 시장의 바깥에 새로운 장외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최근에는 명동의 사채업자들까지 이 시장에
끼어들고 있다.

장외주식의 환금성 확보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해지고 있다.

<> 장외 직거래 실태

=벤처기업인 미래산업 주식을 10만4,399주(12%)나 보유하고 있는
한국종합기술금융은 지난달 주당 20만원에 5,000주를 처분한데 이어
이달들어 24만원에 2만주를 팔았다.

주식을 사들인 곳은 증권사 지점, 투신사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코스닥증권을 통해 장내에서 거래됐으나 장외 직거래가 대부분
이었다.

이에 앞서 모 증권사는 신성이엔지가 상장되기전 대주주로부터 주당
5만1,000원에 4만주를 사들였다.

당시 장외시장 주가가 4만4,000원이었으니 주당 16%의 프리미엄을
얹은 것이다.

상장이후 주가가 14만원선까지 올랐으니 이 증권사는 36억원(수익률
180%)의 평가차익을 올리고 있다.

최근엔 명동의 사채업자까지 장외 직거래에 뛰어들었다.

대주주나 기술금융회사 창업투자회사 등을 찾아다니며 물량을 구하고 있다.

한 기술금융회사 간부는 "상장을 앞둔 유망 벤처기업에 대해선 10-20억원을
싸들고 2-5만주 단위로 물량을 넘겨달라는 부탁이 심심찮았다"고 말했다.

<> 왜 장외거래인가

=기관이나 큰 손들이 장내에서 대량으로 물량을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주 입장에서도 장외시세보다 프리미엄을 얹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부분이 투자 목적이어서 경영권 방어에 신경을 안써도 된다.

<> 장외거래 대상 종목

=상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 주된 매수 타깃이다.

거래가 적은 장외시장에선 처분이 어려우므로 상장이후 매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산업 이외에 한국주강, 한국볼트공업 등도 최근 장외거래가 이뤄졌고,
텔슨전자는 실권주 제3자배정 방식으로 장외에서 대량으로 거래됐다.

<> 문제점

=10월부터 투자투신사의 장외주식전용펀드가 허용된다.

장외주식에 대해도 간접투자의 길을 열어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대규모로 물량을 구해야 하는 투신사 입장에선 코스닥증권을
통해 펀드를 구성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주주나 기술금융회사를 찾아다니며 주식을 구할 수 밖에 없다.

코스닥시장이 겉돌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투신사 입장에선 환금성도 중요한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벤처펀드를 운용해본 한 투신사 관계자는 "10년간
12개 벤처기업 주식을 운용해봤더니 2개정도가 부도가 나 환금성을 중요시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장이 예정돼 있거나 상장 가능성이 높은 종목을 편입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되면 기관과 큰 손을 끌어들여 장외시장을 활성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자금조달 기회를 열어주려는 정책목표는 빗나갈 가능성이 높다.

<> 대책

=상장을 통해 거래소시장으로 옮겨가는 기업은 어쩔수 없다 하더라도
남아 있는 장외주식이 환금성을 갖추도록 하면 기관과 큰 손의 관심을
장내로 끌어들일수 있다.

10월부터 강화되는 주식분산을 계기로 장외주식의 환금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증권업협회와 코스닥증권이 해야할 일이다.

< 허정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