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의 114안내 "유료화"가 곧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폭주하는 114안내 이용전화에 한국통신이 내세운 궁여지책인듯 하다.

실제로 114안내를 한번 받으려면 매번 통화중이기 일쑤여서 짜증이 나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114안내의 산적된 문제를 그대로 두고서는, 대부분의 이용자들로
부터 이 유료화제도는 그리 환영받지 못할 것 같다.

첫째 문제는 대부분의 114안내전화가 보험회사 등 고객관리를 하는 분야
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임을 감안한다면, 그리 많이 이용하지
않는 이용자는 불이익을 당하는 셈이 되는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114전화번호안내가 잘못 되었을 경우 요금 계산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가령 소방파출소를 안내해야 하는데 경찰파출소를 안내한다든지, 학교의
교무실 전화번호를 묻는 이용자에게 서무실의 번호를 알려 주는 등,
전화번호를 잘못 안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의 요금계산은 실질적으로
이용자가 부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공중전화에서는 114안내에 대하여 요금을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공중전화에도 공중전화번호부가 있긴 하지만 많이 훼손되어 볼 수가 없고,
전화번호부가 없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넷째는 장애인들에게는 무료이용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상인에 비하여 전화이용빈도가 더 높은 장애인들은 전화번호부를 가지러
전화국까지 갈수도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통제가 힘들 정도로 폭주하고 있는 114안내의 가장 효율적 타결책은
이용자 스스로 전화번호부를 이용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며, 또한 자주
이용하는 전화번호는 메모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한국통신측의 전화번호부 보급에 대한 방법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비생산적인 일에 돈을 들일 필요는 없다는 경제의 기본 논리만이라도
실천을 해 보는 것이 어떨까.

박세호 < 포항시 북구 덕산동 소방파출소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