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들어 골프대회도 대거 늘어나고 외국 유명선수들도 자주 내한하고
있지만 갤러리들의 관전 매너는 몇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5일 끝난 한국오픈에서도 갤러리들의 관전태도는 엉망이었다.

이 대회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지만,몇가지 사례를 통해 갤러리매너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사례 1

갤러리들이 첫번째로 고쳐야 할 매너는 자기가 응원하는 선수가
홀아웃하면 우르르 다음홀로 이동하는 것.

15일 한양CC 신코스 10번홀.

최경주 김종덕 존 샌든 (호)이 1~2타차로 우승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최와 김이 먼저 홀아웃을 하자 절반이 넘는 갤러리들이 11번홀로
이동하는 것이었다.

샌든의 홀아웃은 관심이 없다는 투였다.

12번홀에서도 상황은 재연됐다.

이번에는 김과 샌든이 먼저 홀아웃을 하고 최가 마지막으로 어드레스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10번홀과 마찬가지였다.

갤러리들의 비매너 앞에는 외국선수와 국내선수가 따로 없었다.

일부 갤러리들 사이에서는 "또 움직이네"하는 탄식이 나왔다.

13번홀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이 퍼팅하려는 순간 퍼팅라인선상의 한 여성갤러리가 우산을 받쳐든채
움직인 것이다.

김은 탄식과 함께 어드레스를 풀고 그 갤러리를 응시했다.

그러자 다른 남성갤러리가 큰 소리로 "우산들고 왔다갔다하지 마시오"
라고 고함을 쳤다.

김의 퍼팅은 홀에 1.2m나 모자라는 어이없는 스트로크가 되고 말았다.

한국대회에 처음 출전한 교포 테드오는 17번홀에서 2m파퍼팅을
남겨두고 있었다.

어드레스를 취하고 진행요원들이 "조용히"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었음에도 퍼팅라인선상 에지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갤러리들이
뛰어오고 있었다.

테드오는 어이가 없었는지 어드레스를 풀고 웃은다음 체념한듯 그대로
스트로크를 했다.

-사례 2

두번째는 선수들이 샷을 하는 지점에 너무 가깝게 다가서는 것.

선수들의 일거수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려는 뜻은 알지만, 그것이 샷을
방해하거나 시야를 가려서는 곤란하다.

한국오픈 4라운드 17번홀에서 존 샌든이 온그린에 실패한뒤 칩샷을
할 때는 갤러리들이 먼저 그린주위에 바짝 자리잡는 바람에 몇번씩이나
"백! 백!"을 외쳐댔다.

이같은 사례는 재일 한국여자선수들이 참여하는 대회나 세계적 선수들이
출전하는 큰 대회일수록 자주 목격할수 있다.

외국선수들은 이런 매너에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는 "으레
한국 갤러리들은 그런가보다"고 체념한듯한 표정을 보인다.

세계적 골퍼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우선 갤러리들의 관전태도부터
바꿔야 할듯.

< 김경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