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대생들에 대한 사상초유의 집단제적 사태가 현실화 될 것인가.

교육부와 한의대 설치 11개 대학총장들이 지금까지 밝힌 바에 따르면
2학기 등록시한인 16일까지 등록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 대해서는 집단
제적이 불가피한 것으로 돼있다.

여기서 "D데이-16일"이란 데드라인이 설정된 데에는 각 대학이 지난달말
연속유급에 따라 제적위기에 몰린 학생들을 구제하기 위해 교육부로부터
학칙개정을 승인받으면서 그 대가로 16일까지 사태를 마무리 짓겠다고
약속한 배경이 깔려 있다.

11개학 총장들은 이와 관련, 지난 12일 비상총회를 열고 "16일이후에는
어떠한 구제책도 없다"며 교육부와의 약속을 엄수할 것임을 재확인한 바
있다.

그러나 현행 교육법 시행령과 각 대학의 학칙에 따르면 학생의 제적여부를
결정할 최종 칼자루는 "대학 총장"이 쥐고 있는 것으로 돼있다.

따라서 엄밀한 의미에서 "16일"은 법적 구속요건을 갖는 것은 아닌 만큼
"16일까지 미등록은 곧 자동제적"으로 귀결되지는 않는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가 "미등록자에 대한 제적여부는 대학총장이
교무회의, 학장회의 또는 더 나아가서 전체 교수회의 등을 열어 대학자율로
결정할 문제"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교육부는 당초 약속이 있는 만큼 미등록학생에 대해 과감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대학에 대해서는 내년도 한의대 정원을 동결하는 등 행.
재정상의 불이익을 주겠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각 대학들이 행.재정적 제재를 감수하고라도 학생들을 제적시키지
않겠다고 결정할 경우 교육부로서도 행.재정상의 제재조치 외에 미등록생
제적을 강요할 수 있는 뽀족한 수단이 없는게 현실이다.

게다가 교육부가 과연 "내년도 정원 동결"과 같은 강경입장을 어느정도나
고수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실제로 한의대 사태가 막판에 몰릴 때마다 교육부는 당초의 강경입장에서
한발씩 발을 빼는 자세를 보여왔다.

지난 8월31일 7개 한의대의 연속유급 학생 1천5백여명이 제적위기에 처해
있을때는 학칙개정을 통해 조건부 구제해 줬으며 당시 단서조항으로
내걸었던 "수업복귀 및 2학기 등록"에서 수업복귀 조건은 어느덧 자취를
감췄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와관련, "이 문제는 엄밀한 의미에서 보건복지부의
문제이며 학사일정과 관련해 공이 우리에게로 넘겨져 왔으나 교육당국의
처지에서는 단 한사람의 학생도 더 구제해 주려고 할 수 밖에 없지 않느냐"
고 하소연했다.

아무튼 이번 한의대사태로 인한 학생들의 최종 제적여부 및 그 규모는
각 대학별 입장이 다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17일 오후 최종 등록집계가
나온뒤 3~4일이 지나야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