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시장에서의 수주패턴이 바뀌고 있다.

단순 시공만 맡던 종전 형태에서 벗어나 기획제안형사업, 개발형사업 등
자금조달형 사업 수주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주력시장으로 부상한 동남아와 신시장으로 비중이 커지고
있는 인도 라오스 등 서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동남아국가 대부분이 고속 경제성장정책을 추진하면서 사회간접
자본 플랜트시설 등의 확충이 발등의 불로 떨어져 있으나 투자재원이
부족, 자금조달을 동반하는 조건의 공사발주를 시도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또 민간기업이 발주하는 공사가 늘어나면서 종전의 싼 공사비중심에서 품질
신용 기술력등 비가격 경쟁력을 중시하는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우선 두드러진 공사발주 양상의 변화는 국제금융기관 자본에 의한 공사가
크게 늘고 있다.

세계은행이나 각 지역별 국제금융기관의 자금을 장기로 빌려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사례가 많고 이들 금융기관에서도 차관을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어 외국업체들이 이들 개발도상국에 안심하고 진출할수 있는 여건이
자연스럽게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공사발주조건도 종전에는 가격중심의 입찰에다 자국 인력고용및 자국업체에
대한 공사하청, 기자재사용요구등 배타적인 성격이 강했으나 지금은 금융
요청 현물결제 합작제의 BOT제의 기술이전요구등으로 비가격적 요소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인프라시설이 주종을 이뤘으나 민간기업의 성장으로 상업용
빌딩및 산업시설등의 수요가 급증, 해외건설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이와함께 시공입찰조건도 최저입찰에다 경험과 시공능력을 중시하던데서
벗어나 입찰전후 다양한 조건을 협상한뒤 자금조달 설계 공사관리 운영등
사업추진능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공사수주지역도 선진국의 건설업체들이 개도국에 집중적으로 진출하는
것이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에는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선진국 시장까지
상호 진출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변화로 턴키(설계에서 시공까지)발주, 합작수주등이 많아지고
있으며 시공자가 자금을 대고 시설물을 일정기간 운영, 투자비를 회수하는
유형으로는 BOT(Build Operate Transfer) BOO(Build Own Operate) BOOT
(Build Own Operate Transfer)등이 최근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수주형태들
이다.

이에따라 국내 건설업체들은 해외수주를 늘리기위해 사업계획안을 먼저 짜
발주국가나 발주처에 제시한후 시공및 개발권을 획득하는 기획제안 능력을
높이고 자금조달조직을 확충하는등 다양한 수주능력을 키우는데 골몰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인도 동부지역인 마드야프라데쉬주 빌스포지방 코르바인근
300만평의 부지에서 올해말 착공할 1,000MW규모의 화력발전소를 BOO방식으로
건설할 예정이다.

BOO방식이란 민자사업의 일종으로 시설물을 완공한후 소유권을 갖고 운영,
사업비를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대우는 15억달러에 달하는 공사비 회수를 위해 이 발전소를 먼저 30년간
운영한뒤 운영기간을 연장하거나 매각할 계획이다.

한화건설부문은 카자흐스탄 알마아타 북쪽 250 지점에 있는 퀴즈블락스키야
에 건설될 수력발전소(공사비 1억달러)를 BOT방식으로 최근 수주했다.

이 방식은 시설물을 건설.운영한뒤 사업비를 회수하고 발주처에 되돌려
준다는 점에서 BOO와 다르다.

라오스 세피안 센안노이 수력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는 동아건설도 30년간
발전소를 운영한뒤 발주처에 반납하는 BOT방식으로 계약했다.

대우도 역시 라오스에서 수주한 공사비 2억달러 규모의 하우야호 수력
발전소를 이 방식으로 건설중이다.

설계까지 도맡아 사업을 추진하는 턴키수주형태도 늘어나고 있다.

이 방식은 기술능력이 수주의 중요한 잣대가 되는데다 단순시공보다
수익성도 좋아 특히 인기가 높다.

현대건설은 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사가 발주한 "빈톨루
액화 석유가스" 처리공장 건설공사를 일본업체와 공동으로 8,300만달러에
수주, 오는 12월 착공할 예정이다.

대우도 말레이시아에서 초대형 건축공사인 플라자라키얏(공사비 2억
8,000만달러), 비전시티(3억달러)등을 턴키로 수주, 시공중이다.

이같은 사업들은 최근들어 상당수가 사업을 처음부터 기획해 자금동원등
사업추진 과정까지 치밀하게 구성하는 기획제안 형태를 띠고 있는게 특징
이다.

해외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현지의 부동산을 직접 매입, 분양 또는
임대한후 관리하는 개발형 사업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특히 아파트사업을 중심으로한 국내 개발사업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해외
개발사업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벽산건설은 국내 건설업체로는 처음으로 동구권인 헝가리에 진출,
3,000만달러를 들여 고급 가든형주택을 건립중이다.

삼성물산은 미국 LA 오렌지카운티지역 7,200여평에 6,000만달러 규모의
복합쇼핑센터를 건립키로 하는등 총 6~7건의 해외개발사업을 추진중이다.

쌍용건설도 베트남 하노이지역에서 베트남국영회사인 하노이투자개발사와
합작으로 랑하복합건물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도 현대건설 대우건설 동아건설등 대형업체는 물론이고 동신
동성종합건설 한신공영 우방등 중견건설업체들도 해외개발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 김철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