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모두는 일류병과 첨단병에 시달리고 있다.

일류학교 일류회사 최신유행 최신컴퓨터 정보통신 등을 따라가기
위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서두르며 허둥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신을 가다듬고 옛 사람들이 가르쳐준 8부의 지혜를
다시 한번 음미해 보아야 겠다.

선조들은 식사를 할 때는 "배 8부에 의사가 필요없다"하여 포식을
삼갔으며 술잔은 8부를 따라 정중히 마셨다.

하루 백리를 걸을수 있어도 먼 길을 갈때는 하루 80리를 걸어 천리를
열이틀 반나절의 거리로 잡았다.

또 보름달 보다는 반달을, 활짝 핀 꽃보다는 반쯤 핀 꽃을 한격조
높게 쳤다.

사랑하는 사이에도 아쉬움과 미련을 갖고 좀 서둘러 떠나는 것을
현명하고 아름다운 일로 여겼다.

정은 원망의 실마리라고 하듯이 애정과 원망은 손바닥의 안팎과 같아
서로 엇갈려 돌아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8부의 지혜는 멋과 여유의 미학일 뿐아니라 큰 일을 해낼수 있는
성취의 역학이기도 하다.

필자가 군대생활을 할때 산악훈련을 자주 했는데 산을 넘을 때는
8부능선을 따라 이동한다.

8부능선은 적에게 보이지 않으면서 산의 위 아래를 잘살필 수 있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지난2.4분기 우리경제 성장률은 6.7%로서 잠재성장률 7.2%를 밑돈다하여
걱정들이다.

그러나 6.7%의 성장은 그 자체가 고도성장이다.

지금까지 우리가 너무 고도성장에만 익숙해서 그렇지 우리경제가
잠재성장률의 8부능선인 6% 가까운 성장만 꾸준히 유지해도 고도성장인
것이다.

이제는 우리경제도 성숙기에 들어서고 있으며 성장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성장의 질과 내용이라 하겠다.

성장률이 좀 낮아지더라도 고급사치품, 향락산업, 공해산업 등은
축소시켜야 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경제의 장기적인 안정성장을 보장하는
길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8부의 지혜를 써서 찾아낼수 있는 수많은 보고가
산재해 있다.

다만 그것을 열고 들어갈수 있는 열쇠는 멀리보고 깊이 생각하면서
꾸준히 노력하는 자에게만 주어진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