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제에는 빈부나 정치체제 등 국가간 차이를 넘어서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가정폭력이나 사회주변에 머무르는 것, 주부와 직장인을 겸하는 데서
비롯되는 갈등이 대표적인 문제죠.

이번 회의는 이 문제에 관한 지역여성의 의견을 결집하는 장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16~19일 서울 여성개발원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지역 여성담당
국가기구회의"에 참석한 필리핀의 이멜다 니콜라스씨(50)는 "아시아.
태평양지역 여성의 정기모임의 틀을 마련한 것"을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소득으로 꼽았다.

그는 필리핀의 대통령산하 여성역할위원회 위원장으로 자카르타
아.태지역여성각료회의 (94년) 북경여성회의 (95년)에도 참가한 바
있다.

"필리핀의 경우 올해는 여성지위향상에 획기적인 해입니다.

모든 예산의 5%를 여성문제에 배당하도록 했는가 하면 가사노동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죠" 그는 필리핀여성들의 상황은 "모순"이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여성인 아키노 전대통령이 있었고 당시 대법원판사의 4분의1이 여성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 대학졸업자의 절반이상과 상원의원의 6분의1이
여성인데도 빈민여성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여성 문맹률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

"여성문제만큼 국제회의가 필요한 부분도 없습니다.

어느 나라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여성문제에 혼선이 생기죠.

세계 여성들의 뜻을 모아 일관성 있는 주장을 편다면 좋은 성과를
올릴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회의는 지난 95년 유엔북경여성대회이후 각국의 변화 및 성과를
교류하는 자리로 아.태지역 25개국과 4개 국제기구대표가 참가중이다.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되며 19일 폐막식에 맞춰 공동의제를 발표할
예정이다.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