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정부종합청사와 과천제2청사의 각 부처 장관실에 설치된 화상
국무회의용 컴퓨터 단말기가 무용지물이 됐다.

설치된지 9개월이 지나도록 이 시스템을 통한 원거리 국무회의가 한번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작년 12월 1.2청사간 교통상의 문제점을 들어 19억9천만여원의
예산을 투입, 최첨단 화상회의시스템을 개통했었다.

개통당일 이수성 국무총리 주재로 몇몇 장관이 화상을 통해 회의하는
모습의 사진이 언론에 실리기도 했다.

정보화를 솔선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원거리 화상국무회의는 그러나 개통당일 화려함과는 달리 이후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17일의 국무회의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열렸다.

총리실측은 이에대해 "기술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주장은 다르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기술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려고만 한다면 지금도 화상국무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화상회의가 이뤄지지 않는 원인은 결국 국무회의를 주관하는 총리실측의
무관심 때문 이라는게 더 설득력있게 들린다.

실제로 총리실 일부 관계자들은 화상회의 시스템의 존재여부 조차
모르고 있다.

화상회의의 "수혜자"인 과천의 경제부처 장관들 조차 화상회의개최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국가대사를 어찌 기계를 통해 논의할 수 있느냐"는 일부 장관들의
의식도 원거리 회의를 막고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원인이야 어떻든 20억원의 세금으로 가설된 화상회의가 낮잠을 자고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경제난 극복을 위해 "고비용 저효율"구조를 타파하자는 목소리만
높일뿐 스스로는 이를 등한시 여기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장관들의 화상회의 외면은 또한 21세기 우리 산업의 중추가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그들의 무감각을 말해주는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한우덕 < 정치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