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국제경제연구소(IIE)의 프레드 버그스텐 소장은 "무역의 자유화는
지역별 논의가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들이 적용할 수 있는 전세계적인
접근방식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버그스텐소장은 17일 한국무역협회가 롯데호텔에서 주최한 제11회 서울
세계무역포럼에서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주제로 행한 강연에서 또 "WTO
(세계무역기구)가 분쟁해결기구의 온전한 활용, 조직의 투명성, 기구의
효율적인 운영 등으로 회원국들의 신임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그스텐소장의 강연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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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자국의 경제적 부를 창출하고 세계시장
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무역자유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 국가가 무역자유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국가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무역자유화, 즉 "상호자유화"(parallel liberalization)가 있어야
한다.

"상호자유화"를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역협정을 통한
호혜원칙을 요구하는 것이다.

호혜적인 자유화를 얻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들은 자신이 속한 지역 또는
전체 세계무역제도에 의지할 수 있으나 후자의 접근방식이 보다 바람직하다.

지역적인 무역자유화와 세계적인 무역자유화는 1950년대 후반 유럽공동
시장이 창설된 이후 상호 강화되어 왔다.

지역주의(Regionalism)와 세계주의(Globalism)간 갈등을 피하기 위해
지도력이 발휘되어 왔으며 이러한 노력은 지역적 협정을 명확히 하고 이들간
관계를 관리하기 위해 세계적인 무역규범을 필요로 했다.

우루과이 라운드는 관세, 비관세장벽 등 전통적인 무역장벽을 철폐토록
함으로써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중요한 것은 세계무역체제는 현재 국제무역관계를
괴롭히고 있는 투자, 독점금지 등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협상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역별로 상이하게 논의될 경우 일관성을 잃게 될
것이므로 모든 국가들이 적용할 수 있는 전세계적인 접근방식을 취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

이는 세계주의가 우선시 되어야 함을 다시한번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WTO 회원국들은 일정기간 내에 전세계적인 자유무역을 달성하기
위해 지역협정을 세계적인 협약으로 통합하는데 동의해야 한다.

자유화의 기간은 APEC이 정한 2010년으로 할 수 있으며 최빈국에 대해서는
2015년 또는 2020년으로 연장해 줄 수 있을 것이다.

APEC은 세계경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역외국들이 APEC의
제의를 거부할 수 없을 것이며 따라서 APEC은 세계무역체제의 지도자가 될
유리한 입장에 있다.

오는 12월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개최될 WTO 각료회의는 21세기초 자유
무역의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싱가포르 각료회의의 역할을 결정함에 있어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

1998년에 개최될 차기 각료회의에서 2010년까지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달성하자는 협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먼저 해야할 일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1998년 각료회의는 세계의 정상들이 모이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WTO는 21세기 세계무역체제의 비전을 수립하기 위해 20세기 마지막으로
개최되는 고위회담에 세계의 정상들이 함께 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싱가포르 각료회의는 무역체제의 미래에 대한 권고안 마련을 위해
현인그룹을 만들어야 한다.

APEC의 자유화 비전도 APEC 저명인사그룹(Eminent Persons Group)에서
최초로 제안된 것이다.

대담한 아이디어는 공식적인 조직 외부에서 얻을 수 있다.

셋째 싱가포르 각료회의는 세계자유무역 협상의 핵심이 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1996년 통신 및 해상서비스, 1997년 금융서비스,
1999년 정부조달, 그리고 2000년 농수산물 및 서비스에 대한 협상 스케줄을
마련하였다.

넷째 WTO 회원국 가입에 관한 사항으로서 싱가포르 각료회의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기타 비회원국들의 회원가입 노력을 가속화하여 위에서
언급한 협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세계무역자유화는 이들 국가들의 참여 없이는 완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WTO는 분쟁해결기구의 온전한 활용, 조직의 투명성, 기구의
효율적인 운영 등으로 회원국들의 신임을 얻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준비단계 외에도 여러 중요한 사항들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자유무역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 것인가와 같은 문제이다.

자유무역은 모든 관세, 쿼터, 국경 장벽에 적용되어야 하며 또한 시장의
경쟁을 저해하고 잠재적으로 통상 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기타 정책에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 다른 주요 사항은 비교 기준과 상호주의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기준을 동일화하는 것이 공정하지만 관세부터 국내 경쟁정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모든 기준을 일원화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상호주의는 모든 국가들의 동일한 정도의 양허를 의미하지만 실제 통상에
관련되는 국내법 등의 영향력을 모두 측정하기 어려우므로 상호주의의
개념을 정의하기 어렵다.

또한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위해 독립적인 협정을 새로이 체결할 것인가,
아니면 현존하는 협정을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를 거치면서 각국들은 소위 "협상의 피로"를 경험했다.

세계적인 차원의 새로운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보이며
현존하는 WTO에서 여러 분야의 협상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결과는 긍정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 협상에서 미국이 이의를 제기한 것과 같이 몇몇
분야의 협상에서 문제가 있을 여지가 있으므로 각 협상이 장기적인 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인지 검토해야 한다.

역사상 가장 획기적인 다자간 무역 조치인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2010까지
달성하기 위한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계무역에 있어 영향력이 큰
국가들이 자국의 정치권으로부터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미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유럽은 이미 역내에서 모든 규제를 철폐했으므로 역외 국가들을
규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일본 또한 무역의 자유화를 막기는 어려울 것이고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다.

2010년까지 자유무역의 세계화가 이루어지면 미국에는 두가지 큰 이점이
있다.

첫째 자유무역을 통해 가장 큰 국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출지향적 기업들이 내수 지향적 기업들보다 임금도 높고
생산성도 높으며 여러면에서 우수한 기업이다.

자유무역의 세계화를 통해 미국은 자국 상품의 수요를 높이고 고용을
증대시키는 등 고질적인 문제를 완화함으로써 국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자유무역의 세계화는 차기 행정부의 제1목표가 될 것이다.

둘째 미국 시장은 이미 거의 개방되어 있으므로 자유무역이 세계화되어도
자국 시장의 추가 개방 없이 다른 국가들의 시장 개방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물론 기타 국가들이 미국의 반덤핑관세나 통상법 301조 등을 다국적
기준에 맞게 조절할 것을 요구하겠지만 이는 자유무역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비하면 아주 작은 양보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 시각에서 공정한 무역을 추구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유무역의
세계화이다.

여러 상반된 체제와 경제적 성격을 가진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추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미국은 역사적으로, 특히 통상 분야에서는 양자간
협정보다 다자간 협정에서 훨씬 더 큰 성공을 거두었다.

2010년까지 자유무역을 세계화하는 일은 모든 국가들의 이익이 되며
지역고립주의를 배제하고 남북 갈등을 해소하여 다국간 협력을 도모할 수
있는 길이다.

이는 21세기 국제관계에 있어 세계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