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장금리 등 발행조건이 크게 악화된데다 발행일정마저 무기연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4.4분기에는 해외증권 발행예정물량이 당국이 설정해둔 한도보다
적어 오히려 여유분이 생기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주가하락이 깊어지면서 3.4분기로 예정됐던
(주)대우 LG전자 보람은행 내외반도체 등 4개사의 해외증권발행이 4.4분기로
연기됐다.

또 1억5천만달러규모로 발행예정인 삼성전자의 해외CB(전환사채)도 현재
인수기관을 찾기 위해 해외로드쇼를 벌이고 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3.4분기에 3억달러어치의 해외CB를 발행하려던 한국전력도 2억달러어치만
발행하고 1억달러어치는 4.4분기로 연기한 상태다.

이에 따라 당초 13개사가 3.4분기에 11억8천만 달러어치의 해외증권을
발행할 예정이었으나 이날 현재 7개사 3억9천5백만 달러어치만이 발행된
실정이다.

발행조건도 악화일로에 있다.

지난해엔 리보금리에 40BP(Basis Point.100BP=1.00%)의 추가금리를 붙이는
선에서 해외증권발행이 가능했으나 최근에는 최고 170BP까지 올려야 소화가
가능할 정도다.

지난달 발행된 성원건설의 해외CB의 경우 5년만기 국채인 미재무부채권의
금리보다 무려 170BP(연 1.7%) 높은 금리를 주기로 하고 발행됐다.

비교적 좋은 조건으로 발행된 것으로 평가된 동양화학의 CB금리도 미재무부
채권에 100BP(1%)의 가산금리가 덧붙여졌다.

이처럼 해외증권 발행조건이 악화된 것은 지난 3일 은행의 해외주식예탁
증서(DR) 발행이 허용된 이후 은행들의 DR발행이 러시를 이루면서 공급초과
현상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증권발행조건이 악화되자 기업들이 발행신청마저 줄고 있다.

한국증권업협회가 지난 2일 4.4분기 해외증권발행신청을 마감한 결과,
11개사가 5억2천5십만달러를 신청하는데 그쳐 당국이 설정한 발행한도
7억여달러에도 못미쳤다.

증권감독원의 한관계자는 지난해엔 모두 22억7천5백만달러어치의 해외
증권이 발행됐으나 올해에는 15억달러선으로 발행금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대우증권의 한관계자는 "주가가 워낙 하락해 발행기업 스스로 증권발행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한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정규재.최명수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