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발표된 은행의 해외주식예탁증서(DR) 발행허용조치가 뜻밖의
부작용을 빚고 있다.

당초 취지는 저금리로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것이었다.

한승수 경제팀이 첫작품으로 내놓은 "9.3경제대책"의 핵심골자였다.

그러나 은행 등이 DR발행을 늘리는 바람에 기업 등의 해외자금조달은
어려워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나온 이후 은행들이 앞다퉈 DR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행이 곧 3억달러어치의 DR발행조건을 확정짓는데 이어 보람
장기신용 하나 조흥 상업 한일 등 7개은행이 12억달러어치를 발행키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생긴다.

잔뜩이나 국내증시가 빈사상태에서 허덕이고 있는 판에 은행의 무더기
DR발행은 주가를 더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간접적인 물량공급 효과때문이다.

게다가 발행이 일시에 몰림으로써 발행조건을 크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은행의 DR발행은 일반기업의 DR이나 CB발행을 구축하고 있다.

내외반도체가 해외 CB발행을 연기했고 삼성전자의 CB발행도 여의치않으며
LG전자 대우 등은 발행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DR은 한발 나아가 원화환율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에도 불구하고 원화환율을 하락(원화가치상승)시켜
수출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오는게 그것이다.

결국 증시와 중견.대기업이 중소기업지원의 멍에를 지게 되는 셈이다.

경제정책은 희소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이다.

부작용과 마이너스효과를 최소화하는 선택이어야 한다.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하석상대"식 땜질처방으론 기업의 고비용
구조가 해결될리 없다.

홍찬선 < 증권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