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무장간첩이 잠수정을 이용 강릉에 침투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북한의 도발 배경과 향후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충남 공주에서 체포된 간첩 김동식 사건이나 임진각침투
간첩의 사살 등에서 보듯 간첩남파는 그동안 계속돼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최근 북한내부갈등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 발생했고 지난 4월 16일 한미양국의 4자회담 제의 이후 소강
상태를 보였던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기도가 다시 표면화 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북한은 최근 미국이나 한국이 거부할 수밖에 없는 제의를 유난히 늘리고
있다.

4자회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을 유보한체 종전의 잠정협정체결주장을
다시 빈도수를 늘려 되풀이하고 있다거나 우리측이 거부의사를 명확히 한
미전향장기수출신의 김인서노인 송환요구를 계속하고 있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나진 선봉투자포럼참가신청자에 대한 선별초청 역시 우리측의 불참결정을
유도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런 움직임은 군부 등 강경파가 남한을 상대할 가치가 없는 존재로
부각시켜 대남강경책의 근거로 활용하려는 명분축적용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간첩남파는 북한의 일상적인 대남공작차원일 수도 있지만
지난 4월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무장병력을 투입한 것과 같은 특유의
긴장조성전술로 이해될 수 있다.

한국을 배제한 북미간 직접대화를 추구해온 북한측은 미국정부가
4자회담수락을 종용하면서 잠정협정체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오는 11월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고의적으로 한반도에 긴장상황을 조성해
압력을 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거를 앞둔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북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양국은 대북정책에 관한한 공조체제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는 만큼
북한의 의도대로 잠정협정체결제의를 수용하는 등의 양보를 단행할리도
만무하다.

북한이 지난 60년대 말처럼 무장공비를 대거남파, 일종의 비정규전을
수행했던 상황을 재현할 경우 한미양국은 정치적 양보보다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북한의 진정한 의도가 어디에 있던 이번 간첩침투사건으로 당분간 남북
관계의 경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추진되고 있는 시범 경협 정도는 계속되겠지만 정부가 4자회담이후
내걸었던 대북유화기조를 더이상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 허귀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