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경제불황은 근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자본재
국산화의 미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수 있다.

경제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랐다고 자부하는 마당에도 기계류및 주요
부품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무역수지 적자폭과 대일
무역역조를 구조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경련이 지난 18일 내놓은 자본재 국산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계획은
그런 의미에서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아울러 자본재 국산화가 실행되지 않고서는 경제불황의 공포에서 벗어날수
없다는 재계의 절박한 상황인식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특히 이번에 전경련이 선정한 9,044개 국산화 대상품목중에는 수입금액이
크고 앞으로 수출산업화가 예상되며 자체기술과 선진기술 접목이 용이해
단기간에 품질향상과 경쟁력확보가 가능한 품목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정책적 배려만 뒷받침된다면 국산화 성공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이번 실천과제가 성공적으로 추진될 경우 오는 2000년까지 8조원의
수입대체효과는 물론 관련산업의 매출증대와 신규 고용창출 효과가
기대된다고 하니 지금의 우리 경제현실로 보아 이보다 더 절실한 일이
달리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자본재 국산화계획은 무엇보다 막대한 자금과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재계 혼자만의 힘으로 달성될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마도 자본재산업 육성은 정부의 역할이 갈수록 줄어드는개방경제체제
아래서 정부가 재계를 도울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정부가 국내산업 보호를 위해 실시해온 수입선다변화 제도도 2000년까지는
폐지돼야 할 입장이다.

전경련은 이번 실천계획 추진에 필요한 2조8,000억원중 1조5,000억원은
내부자금으로, 나머지는 금융기관 차입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외부자금조달과 관련해 우리는 정부가 국산화 소요자금의 일부를
해당기업이 자체신용으로 직접 조달할수 있도록 현금차관도입의 허용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자본재 국산화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동 추진할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상 대기업의 협력업체에 대한 자본참여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문제도 검토해봄직 하다.

또 국산화된 자본재의 수요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국산기계 구입을
위한 외화대출 규모를 외국산 기계구입지원 규모이상으로 늘리고
대기업이 생산한 자본재를 다른 대기업이 사 쓸때도 외화대출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외화대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 경제의 최대 취약 부문인 자본재산업에 획기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우리의 불황타개노력은 한낱 미봉책에
그칠 뿐이다.

우리 자본재기술이 일본에 최소한 6년이상 뒤져 있으며 품질면에서는
일본의 75% 수준에 불과하다는 한국경제연구원 조사결과는 앞으로
자본재 국산화사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준다.

민-관 모두 자본재산업의 경쟁력확보를 세계화의 우선과제로 인식해야
함은 물론 이를 위한 과감한 투자와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