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영화발전을 위해 이 지역의 우수한 감독들과 영화들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영화제가 많아져야 합니다.

부산국제영화제가 고유한 개성과 특징을 살려 아시아의 대표적인
영화제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중국 제5세대 영화의 기수 첸카이거(44)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에 출품된 "풍월" 홍보차 내한, 18일 오후
부산 로얄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첸카이거 감독은 청년기에 문화혁명을 경험하고 78년 북경영화학교에
입학, 전잠장, 장이모 등과 함께 제5세대 감독군을 형성한다.

84년 "황토지"로 데뷔, "아이들의 왕" "현위의 인생" 등으로 세계
영화계로부터 주목받은 그는 92년 "패왕별희"로 칸느영화제대상을 수상,
세계적인 감독으로 떠올랐다.

6번째 장편영화 "풍월"은 1920년대 상해를 배경으로 격동기를 살면서
종리앙 (장국영분) 류이 (공리분) 두안유 (케빈린분) 등 세사람이 겪는
삶의 변화와 사랑을 역동적인 카메라로 담아낸 작품.

"사회의 변화로 인해 미래가 불확실해진 세사람이 정체성을 잃어가는
과정을 그렸지요.

외부세계의 변화가 인간내면에 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중국 5세대 영화가 세계 영화계로부터 각광받은 이유에 대해 첸감독은
"중국의 오랜 역사와 문화혁명을 겪은 우리의 삶자체가 영화를 의미있게
한 것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의 서구오리엔탈리즘적 비판을 의식한듯 "삶과 이야기에
충실했을 뿐이지 미.유럽관객의 기호에 맞추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20세기초중반의 중국사회를 주로 그려온 첸감독은 중국의 창작여건이
나아지고 마음의 준비가 되는대로 현중국사회의 현실을 담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20일 북경으로 돌아가는 첸감독은 기자회견후 "풍월"을 상영하는
부영극장을 방문, 극장을 꽉 메운 관객들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 부산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