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트라팔라광장에서는 젊은이들의 발랄한 숨결과 더불어 역사의
향기를 느낄수 있다.

그 도심을 벗어나면 도시의 모습을 보게 된다.

대도시라지만 10층이 넘은 벌딩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모든 도시인은 필수적으로 태양과 녹지가 확보되어야 한다는 세계
건축가대회의 헌장이 살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런던이 세계의 대도시들이 지니고 있는 취약점을 모두
떨쳐버린 것은 아니다.

한때 도심을 흐르는 템즈강이 산업폐수와 생활오수에 오염되어 죽은
강이되기도 했고 런던포그로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기기도 했다.

지금도 지하철은 낡아 더럽혀져 있고 거리에는 누더기를 걸친 걸인들이
나다닌다.

그러나 세계의 거의 모든 대도시들은 밝은 면보다 취약성을 더 많이
지니고 있다.

영국의 시인 E 파운드가 읊었듯이 사람이 들끓는 도시는 칙칙한 거미들
같은 안개에 덮혔고 빌딩의 숲에 가려 하늘과 지평을 잃어버렸는가 하면
거리를 메운 차량의 공해와 만연된 온갖 사회악에 위협을 받고 있다.

이제 도시는 인간이 창조한 문화의 상징일순 없게 되었다.

인간을 거래화 복잡화된 도시속에 매몰시켜 신을하게 하는 비인간적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도시 환경이 이처럼 악화 조짐을 보인 것은 19세기말부터였다.

그것은 도시인의 탈도시, 전원도시로의 이주현상을 가져왔다.

따사로운 햇볕이 내려 산이고 하늘과 지평이 열린 집,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가 동경의 대상이었다.

것은 선진대도시 주변에 위성도시 내지는 전원도시를 탄생시켰다.

한국의 도시도 산업화와 더불어 급속히 팽창되었다.

1960년의 도시화율이 35.8%이던 것이 계속 늘어나 90년에는 79.6%에
이르러 전국민의 5분의 4가량이 도시지역에 거주하게 되었다.

서울의 경우에는 전국민의 4분의1인 1,100만명 가까이가 몰려 들어
세계 최대 도시중의 하나가 되었다.

서울이 비인간적인 도시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것은 지난 90년부터 탈서울의 가속화를 가져왔다.

뿐만 아니라 부산은 그에 앞선 89년부터 탈도시가 시작되었고
지난해에는 그 현상이 대구와 광주에도 확산되었다.

이제 도시의 비인간화는 전국 대도시의 일반적인 현상이 되어 가고
있다.

당국은 그동안 개발된 수도권 신도시의 전철을 되갈이하지 않도록
선진국의 전원도시 개발 사례를 연구하여 대비해야 할 단계에 와
있다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0일자).